심심해서 음악 얘기...

가끔씩 다른 사람들의 차를 얻어타게 되면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듣게 될 때가 있다.

음악 듣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은 자신이 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나에게 설명할 때가 있다 (전혀 관심 없음에도).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 그 노래와 얽힌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는 건, 나름 똑똑하다고 하는 이가 정말 밍밍하기 그지없는 음악을 좋아라 한다는 거다. 처음엔 의아했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은 좀 다르다 — 그 사람들이 부럽다는 것.

10대부터 20대까지 미친 듯이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고 살아온 나는, 그 시간 동안 어떤 도파민 수용체가 엄청난 자극에 길들여져 버렸다. 그 결과 여간해서는 음악을 듣다 감동하는 일이 없어졌다. 밍밍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 나도 저렇게 작은 것에 쉽게 반응할 수 있었으면.

내 감정과 생각이 이렇게 복잡해진 데에는 음악이 한몫한 것 같다. 그 모든 걸 안 들었던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든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음악이 원인이었는지는 확신이 안 선다. 원래 복잡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음악은 그게 흘러 들어갈 통로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만약 음악을 그렇게까지 파고들지 않았다면, 아마 책이든 다른 무엇이든 비슷한 자리를 채웠을 거다.

그렇다면 되돌리고 싶은 건 정확히 뭘까. 안 들었던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 이미 알아버린 걸 모르는 척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정말 부러운 건 그 사람들의 무지 자체가 아니라, 적은 자극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상태인 것 같다. 그럼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안 들은 척 되돌리나”가 아니라, “지금 가진 걸 잃지 않으면서도 다시 작은 것에 반응할 수 있는 법은 없을까” 하는 쪽으로.

책을 더 읽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는 아침이지만, 사실 그것도 답은 아닐 것 같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또 복잡해졌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