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 조증 상태?...
on
요 한달 넘게 회사에서 메일 오는 것들이 폰 대기화면으로 떠올라오면 화 부터나고 열어보기 싫어 죽겠더니
어젠 잠깐 밀린 일이나 좀 챙겨놓자 하고 들여다보다가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미쳤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침에 일어나도 예전처럼 화가 나거나 불안한 느낌이 없고
더구나 재택을 해도 마음이 편하고 이상하게 자유로운 느낌, 그리고 뭔가 여행가는 계획도 세우고 싶어지고 이게 다 무슨 조화인가 하고 있다.
뭐랄까 나 혼자 모든 게 빡빡하고 안돌아가고 잘못하고 있고 시간만 소모하고 밥값도 못하고 있다 구박하며 들들 볶고 있었던 건지.
일은 안되는데 먹은 건 죄다 살로 가는지 체중도 늘고 운동도 안하고 안좋은 것들만 먹고 싶고 그래도 참아가며 살고 있느라 욕구가 너무 억압되었던 건지.
어쨌든 그동안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틈나는 대로 내가 아는 이 사람 저 사람 다 붙잡고 이야기하고 괴롭히고 하면서 나름 힐링이 되어갔던 모양이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뭐하지만 모국어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럴 때 별로 도움이 안된다.
미남 백인이 좋아서 젊어서 결혼 해서 오래 오래 같이 살던 한국인 할머니들이 나중에 늙고 나면 모국어 모국어 감정으로 소통이 안되는 남편은 별로라고 하던 얘기가 떠오른다.
감정이란 게 꽤나 요물이라 이게 말로 잘 전달이 되지 않으면 또 다른 고구마를 먹은 느낌이 나게 만드는지라.
10년 넘게 알고 만나던 동네 아저씨와 그렇게 오래도록 얘길 했지만 감정에 관한 소통은 정말 애를 먹는다.
서로 서로의 말을 듣고 이해해주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
언어표현이 매끄럽게 잘 안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감정을 실어넣어야 되는데 이게 또 안되는 거다.
이래서 또 모국어 귀한 걸 알게 되고.
어쨌든 느슨하든 타이트하든 인간관계가 있고 그 인간관계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게 이렇게나 중요한 거구나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