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팝송이 좋아진다...

20대 중반이었나 플로리다에 학회 공고가 뜬 걸 보고 눈문내고 플로리다 - LA 이렇게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해외 여행이라고는 바로 그 전해에 학회를 빌미로 여비 지원을 받고 유럽에 다녀온 게 전부였던 내가 연이어 아무 생각없이 북미 지역에 도전한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출발 전날 까지도 과제하다가 마지막으로 논문과 발표자료 수정하느라 밤새고 부랴부랴 짐싸서 아침에 공항으로 갔을 정도니까 정말 정신이 나갔지 싶고.

더한 것은 당시 운전도 못하고 미국 여행을 처음하는 사람들 3명을 더 끌고 갔단 거다. 그러니까 나혼자 죽어라 운전하고 나머지는 편안하게 지도나 봐주는 관광을 하러 오신 것이었지. 생각해보면 나는 과제 때문에 밀려서 좀 늦게 출발하고 일행중 2명은 2-3일 먼저 도착해있었는데 차를 빌리지 못했던 터라 아무데도 나가지 못하고 숙소에서 굶고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내가 도착하고 밤새느라 밀린 잠에 시차까지 겹쳐서 꼬박 2일을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인데, 그 와중에 먹긴 해야겠으니 돌다 돌다 인근 중국 음식점에서 뭔가를 시켜먹었던 기억이다. 아마도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가게 주인의 친구되는 이들이 몰려와서 한밤에 가라오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고국의 노래들도 부르고 오래된 팝송들도 따라부르는 듯 했던 기억이다.

당시 기억으로는 대부분 7-80년대 미국 팝송들을 불렀는데 그렇게나 나이가 들면 그런 음악들이 좋아지나보다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들의 모국어 노래도 아닌 팝송들을 그렇게 즐겨 불렀던 걸 보면. 지금도 인근의 asian들이 주말 저녁에 어떤 집에 모여서 카라오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나 비슷한 분위기다. 아마 이런 분위기는 당시의 팝송이 아시아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성정에 맞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어딘지 모를 중국 본토에서 미국 동쪽 끄트머리 플로리다 Orlando까지 날아와서 어딘지 모를 동네에 터를 잡고 음식점을 차리고 그렇게 저녁마다 고국 친구들과 외로움을 달랬을 그 마음이 이상하게 요샌 크게 동화된다.

20대 중반의 학생의 눈엔 그저 나이 지긋한 동네 중국인들이 저녁에 손님도 와있는데 전혀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를 저렇게 부르고들 있구나 말이다. 당시 미국 사람들 생활을 생각해보면 평일 오후 8시면 사실 문 닫을 땐데, 그 때 나타나서 이것 저것 시켜먹는다는 게 사실 더 민폐였는데 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도 그렇게 되어간다. 부르거나 연주하기 힘든 음악들은 여전히 재미있지만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뭘 부르든 원곡가수처럼 부르는 것은 어차피 두번 태어나더라도 불가한 것이니까 애초에 포기를 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어떤 감정의 찌꺼기를 내보내는 데는 옛날 노래들이 너무 좋다는 거다.

템포가 빠르지 않고 따라가기 편한 코드진행이니 해볼만 한거다. 더러는 느린 템포지만 막상 따라부르려면 박을 맞추기 까다롭기도 하다. 그냥 듣고 있어도 좋지만 따라부를 때의 그 카타르시스랄까 감정해소의 능력의 능력은 정말 훌륭하다.

보컬기교가 탁월한 노래들은 그것들을 진짜 따라부를 수 있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즐거움/성취감이 따르겠지만 음이나 겨우 따라가는 입장에선 사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