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머신 옆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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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을 한 3년 넘게 썼나 그런 것 같다. 에스프레소라든가 커피가 특별히 좋아서 들여놓았다기 보단 그냥 심심해서 취미삼아. 엄밀히 말하자면 남들 해보는 커피에 대한 경험도 가져보고 그리고 라떼아트 그거 한번 해보고 싶어서.
드롱기의 ECP3620라는 에스프레소 머신계에서도 꽤나 저가의 입문기 모델이었는데, 사실 이 물건만 줄창 3년 써오면 불편한 게 있어도 불편한 것처럼 여겨지지 않고 또 나름 제법 수동이고 때가 타더라도 대충 닦아서 쓰면 되니까 잘 써온 것 같다. 스티머도 빌빌하지만 그래도 잘만 굴리면 라떼아트가 10번중 1-2번은 성공하기도 했다.
물건을 구입한 초기에는 비싼 머신들과 견주어보기도 하고 뭐가 부족한가 따지게도 되지만, 어차피 그럴 가격대의 제품도 아니고 소형 펌프를 구동해서 나름 에스프레소라고 뭔가 만들어주는 게 있으니까 작고 관리하기 편하게 쓸 수 있다라는 장점으로 써왔다. 사실 제대로 관리하려면 때로 내부를 좀 뜯어내야 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 틈새에 끼어있을 듯한 뭔가를 다 청소하면서 써야할 것 같지만 물건을 오래 쓰면 쓸 수록 이런 관리는 점점 더 잘 안하게 된다.
이 때 쯤 재미삼아 커피 가게도 가보고 메뉴나 맛도 좀 느껴보면서 대개의 매장이 특정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들을 들여놓고 운영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어떤 빈을 갈아넣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좀 있구나 하고. 가정용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뽑아먹을 수 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집에서 이런 저런 빈들을 갈아서 마셔보면 귀찮게 커피 가게까지 가서 마셔야 되나 싶고. 사람들 많이 몰려가는 곳들은 사실 커피 맛을 즐기기 애매한 스타벅스 같은 데라 다시 예전처럼 무뎌지게 된다.
그래도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이런 저런 빈 사다가 갈아마셔본 결론은 역시 내 입맛엔 동네 코스트코의 라바짜가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생각이고.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 없다.
요샌 3-4년 꾸준히 써오던 물건들 중에 좀 지저분해진 것들은 슬슬 갈아버리려는 생각이라 이베이를 뒤지다가 Breville의 Bambino가 싸게 풀린 걸 보고 하나 질렀다. 물건의 만듬새는 매끈하지만 이런 물건일 수록 내부 청소나 견고함에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는데, ECP3620보다 10불 더 비싸기에 시도해 봤다.
혹자는 Bambino로 바꿀꺼면 뭐하러 바꾸냐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ECP3620도 질렸으니 계속 쓰기도 뭐하고 고가 머신을 들이려면 최소 2k는 줘야 되고, 돈을 떠나서 하루 한잔 뽑아먹을 용도로 공간/전력의 오버헤드도 크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봐야겠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10여년 전쯤인가 Sage의 전자동 머신을 썼다가 몇달만에 보드에 물들어가서 그냥 통짜로 버렸던 기억이 있어서 그 회사를 인수한 (사실상 디자인으로 봤을 때 같은 회사라고 봄) Breville이라고 좋은 이미지를 가진 건 아니라 이 물건도 얼마나 오래갈지는 두고보고 있다.
10불 차이의 옆그레이드를 했을 때의 차이점을 열거해보자면:
- 반응이 굉장히 빠르다. (이거 물이 제대로 데워지나 싶을 정도로)
- 전원을 켜고 거의 즉시 추출이 가능하다. (ECP3620은 최소 3분은 기다렸지 싶다)
- 퍽을 통과해서 물이 빠져나오는 걸 보면 압력이 꽤 쎈듯하다. 더 가늘게 그라인딩 해야지 싶다.
- 스팀이 생각보다 세게 오래 나온다.
이 물건도 스티머로 보면 라떼아트를 하자면 뭔가 좀 살짝 모자란 느낌이 있다. 스팀이 뜨겁고 강력하게 나오는지도 좀 의심스럽고. 일단 ECP3620보단 힘세게 뿜어대긴 하는데 사실 스팀완드가 우유에 첨벙 담궈져있기 때문에 스팀이 나오는지 따뜻한 물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이 물건은 사실상 거의 반자동이라 버튼 한 번에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의 양이 정해져있다. 수동머신은 내가 스위치로 추출하는 양을 결정하지만. 더블 샷 버튼을 눌러서 뽑아도 갈아넣은 빈의 양에 비해 뭔가 굉장히 작은 양의 커피가 뽑혀나오는 느낌이다.
사실 많은 실험 끝에 결정한 양일테니까 이게 정량이지 싶긴 하지만 (도대체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양을 뽑아 마셨던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