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시 반짝...

한동안 급격한 우울에 시달려서 엉뚱한 곳에서 열심히 땅바닥을 파고 있었다. 반추와 자책, 후회 이런 것들의 연속을 경험했단 얘기다.

우울증은 갑자기 어느 날 딱 하고 찾아오는 질환이나 증상이 아니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상태가 좀 좋다가 서서히 안좋아졌다가 또 서서히 좋아지는, 뭐랄까 연속성이 있는 커브의 형태를 그리는 것으로 느껴진달까.

그러다가 어쩌다 기분이 좀 좋아지는 때도 있고, 어쩔 땐 환희를 느낄 때도 있다.

환희를 느꼈다는 게 엄청나게 기분이 좋아져서 방방 뛸 정도의 그런 ‘조증’의 형태가 아니라, (평소에 워낙 가라앉아 있었으니까) 잠시 정상상태와 비슷한 레벨로 올라온 것 그 자체를 환희로 여긴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이번에 내가 여러 가지 생각해 본 바를 종합하면,

이것들을 볼 때, 나의 생각은 이렇다.

일단 내가 특정 문제에 대해서 비정상적으로 과하게 파고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 상황에 빠지기전에 나 자신이 정상적이지 않다라는 충분한 자각 증상이 따라온다. 다시말해 몸이나 내 머리속에서 충분히 많은 신호를 준다. 예를 들면,

대개 이런 상황에 빠지면 그럴리가 없다는 근거도 찾고 다양한 방법으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결과는 계속된 반추로 이어지고 증상은 계속 악화되어간다.

반추가 깊어지면 누군가 내 상황을 묻게 되면 이상하리만치 나의 상황을 자세하게 늘어놓게 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간단한 일인데 나에게만 특정된 예외적인 상황처럼 다루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리고 그 얘기를 거의 끝없이 늘어놓고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이 100% 옳다는 근거들을 제시하려 든다.

이미 이 정도 되었다면 빨리 약을 처방받고 쉬는 방법을 취해야한다.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권한다.

일반적으로 약을 쓰지 않는 방법들이 권장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고 생각된다.

반추를 하지 말라든가 몸을 쓰라든가 자책을 하지 말라거나 등등.

그건 이미 감기에 걸려서 콧물을 흘리고 있는데 열을 내지 말라거나 콧물을 흘리지 말라거나 기침을 하지 말라거나 하는 것과 같다. 그걸 제어할 수 있다면 이미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다.

감기나 몸살처럼 짧게 앓고 지나갈 수 있는 게 우울증이라면 편하게 앓고 지나갈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우울증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흔히 ‘2주 이상’이란 말을 하는 것이지 싶다.


우울증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어도 살짝 올라올 때가 있다. 그렇다보니 나 자신의 관찰로는 내가 우울한 상태에 있는지 알기 힘들다.

또 평소의 기준이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기간이 오래라 그것이 정상이라고 여겨왔다면 또 그렇게 위축되어 살아왔다면, 자신의 성격이나 생활로 굳어져있어서 문제라는 인식을 못한다.

기분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바닥 - 약간 좋아짐) 을 짧은 기간 경험하면 뇌의 화학물질들이 나의 생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록 놀라게 된다.

어제까진 테스트 문항에 온통 잿빛인 답을 내었다가도 오늘은 전혀 다른 답을 내기도 한다.

평소 충분히 인식해왔던 문제인데 그렇지만 별 대수롭지도 않아 왔던 일들이, 갑자기 우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갑자기 삶의 중요한 문제로 부상해서, 내가 여태까지 그 문제를 놓쳐서 내가 절망적인 상황/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생각부터, 그걸 여태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도저히 나아질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치닫게 한다. 이 과정에서 그렇게 된 원인을 끝도 없이 반추하게 만들어서 에너지를 완전히 고갈낸다.


말표현이 장황했는데, 자신의 삶을 평소와 달리 자꾸 점검하려들거나 그것들의 원인을 특별히 캐려고 하고, 개선하겠다며 스스로를 달달 볶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약을 먹어볼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어딘가에 집착하고 해답을 얻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평소와 다르다면 그것은 이미 우울증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주 단순하게 평소같으면 쳐다도 보지 않을 삶의 의미나 관계, 감정 따위를 다루는 유튜브가 추천으로 뜨고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평소 일상에서 얻는 흥미가 없어졌다면 거의 100%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