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베이스가 왔다..

요새 느끼는 것이지만 악기를 외관이나 가격으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물건값과 품질이 늘상 linear하게 매칭하겠거니 착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그 사람의 능력을 그 사람이 가진 돈이나 사회적 지위와 linear하게 매칭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처럼이나 말이다.

사실 100불 이란 가격 - 그것도 배송비를 포함해서 - 을 생각하면 사실 음도 제대로 맞출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단지 neck relief라든가 intonation이 좀 안 맞아있는 정도이고 마감이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뜨일 뿐, 악기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동작하고 있었다. 부품이 싸구려라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tuning peg도 부드럽게 돌아가고 브릿지는 겉에 칠해진 도료가 떨어질 듯 말듯 하단건데, 어차피 사람 손이 닿으면 아무리 착색이 잘 되어있어도 닳게 마련 아닌가? 단단하지 못해서 줄의 장력을 이겨내지 못한다거나 브릿지 높낮이 또 피치 조정이 안되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5현은 처음인데, 4현에 비하면 음의 폭이 넓어서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무슨 말이냐면 E1 아래의 음을 짚을 때 만이 아니라 대략 5-6 프렛 위치에 손이 가 있다고 하면 A1 아래의 음을 5현을 써서 짚을 수 있으니까 편리하다는 장점과 함께 낮은 음을 누르는 것이 더 좋은 소리가 날지 아니면 1옥타브 높은 음을 쓰는 게 나을지 생각해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4현에선 무조건 E1과 가깝거나 더 낮은 음을 짚어야 할 경우가 오면 무조건 한 옥타브 높은 음을 써야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B0정도로 낮은 음이 되면 사실 음의 구분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매우 작은 장력의 변화도 큰 음의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에 - 낮은 음에서는 음간격을 주파수로 나타내면 매우 작아진다 - 음도 부정확하고 무엇보다 기타의 스케일이 한정되어있고 게이지도 한정되어있어서 장력이 너무 낮아져서 느슨한 느낌도 들고 진동의 폭이 커서 줄을 튕기면 프렛에 닿을 일도 더 많아진다. 대개 저음현은 너트와 브릿지의 높이를 올려서 되도록이면 이러한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만 완벽히 피할 수는 없다.

픽업은 미들과 리어에 싱글 픽업이 한 개씩 붙어있고 딱 봐도 5 string Jazz bass의 아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샀지만. 리뷰를 보면 픽업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다지 출력이 낮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실 그 정도로 픽업을 엉성하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픽업 만드는 것에 많은 기술이나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넥과 intonation을 잘 조정해놓으니 충분히 듣기 좋은 소리가 났고 프리앰프가 들어있던 예전의 4현 베이스보다 못하단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다. 바디도 가볍고 나름 서스테인도 충분했다. 이 정도 가격의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별다른 부담이 없고 비싼 악기를 썼음에도 엉터리 소리를 냈다는 자괴감이 드는 대신 값싼 악기로도 좋은 소리를 냈구나 기뻐할 일만 있다. 기타도 마찬가지로 비싼 기타로 엉터리 플레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보단 어설픈 악기로도 좋은 연주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훨씬 더 기쁘고 좋은 일이다. 실력이 중요할 뿐 (악기를 세팅하는 능력도 실력이라고 본다) 악기는 그 자신의 최소한의 기능만 하면 된다라고 느낀다. 그 이상 좋고 나쁨은 단순히 취향차이 아닐까? 나무가 몇 조각으로 붙어있음 어떻고 무늬가 어떻든 넥이 몇 조각이든 뭐가 그리 중요할까? (중요하단다) 튜닝만 잘 유지되고 넥이 쉽게 부러지거나 휘거나 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사람 역시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능 -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알면 - 그것으로 되는 것 아닐까? 성별이 어떠하든 피부 색깔이 어떻든 어떻게 생겼든 무슨 상관인가? 그래,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면 net worth 라는 것이 낮아지긴 하는 모양이다. 악기에게 붙여지는 가격만큼이나 말이다. 알게 뭐냐 소리만 잘 나면 (사람으로서의 고유함만 있음) 그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