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er tweed도 찌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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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취미로 하고 나서 가장 처음 알게 된 것이 앰프와 발로 밟는 컴팩트 이펙터(꾹꾹이)였던 것 같다. 앰프라는 것은 hifi amplifier만을 생각해서 입력을 스피커로 잘 증폭/전달해주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했지 악기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게 깨진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였는데, 왜 사람들이 앰프 메이커에 저리 집착을 할까 생각한 뒤였던 것 같다. 즉, 당시 생각은 꾹꾹이가 모든 소리를 만들어내고 앰프는 그것을 전달만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소위 지금 낙팔이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한테 많이 속았던 것 같은데 (속아서 물건을 구입한 것은 아니고 솔깃했단 이야기임), 한 땐 어떤 얘기가 있었냐하면 Proco의 RAT이라는 꾹꾹이 이펙트가 있는데, 메탈리카 사운드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던 사기였던 것 같다. 앰프나 이펙트의 원리와 회로 같은 것들을 들여다보기 전엔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이니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속을 수 있다.
그러던 내가 (나를 포함한 비슷한 사람들) 앰프의 악기적인 기능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Tech 21의 Sans amp라는 물건과 Line6의 POD를 접하면서 부터인데, 앰프 회사별로 그 앰프의 음색이 다르고 오히려 앰프 모델/회로 구성보다 앰프 메이커에 그 사운드의 색깔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지만 그땐 그랬던 것 같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말이다.
당시 Fender tweed 혹은 Tweed라고 하면 클린톤 앰프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단순한 EQ에 파워앰프 쯤으로 생각하지만 당시엔 여기에도 신기한 기술/요술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모든 일렉기타의 청명한 소리는 모두 tweed 앰프에서 나오겠거니 했던 거다. 실제로는 뮤지션과 스튜디오 엔지니어의 합작품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tweed라는 앰프가 찌그러지는 소리를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맞다. 유튜브에 보면 tweed breaks 혹은 fender twin cranked up과 같은 제목으로 찾아보면 클린톤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 앰프가 디스토션을 일으키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보여주는 동영상들이 제법 검색된다.
실제로 내가 이 앰프를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연주해 본 적이 없기에 얼마나 찌그러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찌그러질 때까지 음량을 올리면 매우 큰 소리가 나기에 실제로 할 수도 없었지 싶다. 그런데, 정말 찌그러진다. 이 앰프는 2 혹은 3 band EQ에 볼륨 하나 달린 단촐한 앰프지만 볼륨을 높이 올리면 찌그러진다.
그 찌그러짐은 파워앰프에 있는 12AT7(혹은 12AX7)에서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해보면 다른 앰프들은 프리앰프에서도 찌그러지고 파워앰프에서도 찌그러지지만 이 경우는 오직 파워앰프에서 다 찌그러진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파워앰프의 찌그러짐은 사실 앰프마다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차이라는 것은 파워앰프 직전에 소리가 어떤 모양이었냐 하는 것이다. 결국, 프리앰프가 어떤 것이었냐 그리고 캐비넷이 어떤 것이었냐에 대한 차이가 클 뿐 파워앰프 그 자체는 별 다른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태여 그 차이를 지적하라면 일종의 EQ 역할을 하는 파워앰프 피드백 루프에 의한 presence 혹은 contour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일 뿐.
Kemper가 amplifier profiler를 만든 아이디어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론은 다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앰프를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한 것이다.
- 찌그러지기 전 EQ
- 찌그러진 다음의 EQ
이것이다 매우 간단하다.
따라서 저음량으로 테스트 톤을 발생시켜서 찌그러지기전 EQ + 찌그러진 다음의 EQ를 파악하고, 음량을 서서히 증가시켜가면서 테스트톤을 발생시켜 찌그러지기 전 EQ를 얻어낸다. 즉, 찌그러짐이 일어나기 시작한 음량을 매 주파수에 대해서 찾아내면 찌그러지기 전 EQ의 역 패턴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찌그러진 이후의 EQ는 두번째 과정의 EQ를 이용해서 첫번째 EQ로부터 빼내면 된다.
0.1 dB 간격으로 음량을 바꿔가며 주파수 특성을 scan했을 뿐이다. 그 정도의 resolution이라도 프리앰프 음색을 거의 다 잡아낼 수 있으니 지금도 그 비싼 가격에 팔리고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것 아니겠는가?
모르면 속을 수 밖에 없고, 잘못된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알면 신비로울 것도 없고 모든 것이 그냥 너무 단조롭고 뻔한 일이될 뿐이다. 적당히 허구적인 이야기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도 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해야 사는 것 아닐까?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깊히 들여다보면 ‘에이 별 것 없네!’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