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anez Iron Label guitars

Ibanez의 일반 기타 라인업에서 가지를 친 제품군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름에서 풍기듯 기존 RG/S 모델 기타를 좀 더 메탈 머신처럼 보이게 만들어놓은 것인데, 아이바네즈 일렉기타가 주로 shredder와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에서 보면 사실 별 특별날 것도 없는 제품 라인이지 싶다만. 디자인이 기존의 RG처럼 알록달록한 색으로 되어있지 않고 단순한 검은색, 혹은 흰색, 또는 내추럴 피니쉬를 해놓았다는 것이 좀 특이할만 하다. 심각하게시리 메탈을 하겠다는데 빨간 혹은 노란 아니면 녹색의 기타를 들고 나온다는 게 좀 그렇지 않나? 또 그런 의미에서 따져본다면 아이바네즈에서 나왔던 HR 씨리즈, 즉 HR Giger라는 디자이너의 아주 다크한 기타 바디 페인팅도 쓸만하다고 볼 수 있는데, 어쨌든 그렇다.

그런데 이 제품 라인에서 가장 답답한 것이 바로 핑거보드의 포지션마크이다. 측면으로는 있는데 정면으로는 없다.

기타를 처음치면 포지션 마크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안쓰게된다. 코드나 지판 외우기도 정신없어서 핑거보드 위의 포지션 마크가 눈에 잘 안들어온다. 또 저음현에서 베킹만 주로하고 있다면 더더욱이나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솔로잉을 외워하거나 혹은 즉흥으로 하게 되면 포지션 마크를 보아야 할 필요가 많다. 포지션 마크가 어디 찍혀있는지 프렛 번호가 잘 떠오르지 않아도 대충 6줄과 해당 포지션 마크의 음이 어떤 음들인지 어떤 키 혹은 어떤 스케일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기타를 오래 만지면 만질수록 자연스럽게 외워진다. 이게 없다면 정말 낭패다.

어두운 곳에서 공연을 하더라도 다들 나름대로 프렛보드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은 다들 마련을 하는데, 그 이유도 포지션 마크에서 내가 연주하려는 프렛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기 위함이다. 프렛보드에 포지션 마크가 없다면 어둠속에서 아무 도움 없이 연주하겠다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 기타는 더더구나 화이트로 넥 바인딩을 해놓았는데, 이게 무슨 레스폴처럼 플래스틱으로 해넣은 바인딩이 아니라 메이플 위에 흰색으로 칠해놓은 것이라 포지션 마킹을 위해서 아주 작게 까만색 점을 찍어놓은 것이라 사실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식으로 기타를 디자인했는지는 모르지만, 고수들은 포지션 마크가 없이도 지판을 딱 보면 내 손가락이 어느 프렛 포지션에 있는지 딱 아는 모양이다. 기타를 20년도 넘게 (비록 취미지만) 만져오고 있는 내 눈에도 이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닌데, 초보자라든가 한창 열심히 연습하는 단계에 있는 이들에겐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런 이유로 지금 팔고 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붙여보자면 J-custom처럼 프렛보드에 넝쿨 디자인이 되어있는 것도 나름의 방법으로 포지션 마크를 해놓긴 했지만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되어있어서 역시나 그 포스 - 아이바네즈에서 프렛보드에 넝쿨 인레이가 있다면 당연히 최고급 라인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 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장식품으로 기타를 가져다놓을만큼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또 내 고지식한 철학으로 연주되어지지 않을 기타라면 소장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결국 방출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