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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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잦다보면 그만큼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많아지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 얘긴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질 수록 욕심이 늘어나고, 그 욕심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일도 기대하게 되는데, 그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때 더 많은 화를 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욕심을 채워주는 일은 한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것들을 장기적으로 보면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오만함과 욕심을 키운다. 갑자기 많은 돈과 인기, 명예를 얻게 된 이들이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잊고 결국에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듯, 세상은 그렇게 오만해진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아니, 세상은 그대로 있지만 우리의 욕심이 만족될 수록 그만큼 커져버린 우리의 욕심과 오만이 다시 화를 부른다.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우리를 정해진 수준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우리의 멘탈이 무너지는 것은 이 때부터다.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서 기쁨만을 맞보기를 원하는 욕심이 샘솟다보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비관하고 짜증 분노와 함께 무기력함으로 무너져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심한 중독으로 가게 되기도 하고 더러는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것이 중독현상이 아니면 그 무엇일까?
삶 자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마도 우리 나라의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사회의 변화가 최근 몇 십년간 너무 빠르게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삶의 실체는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단지 예전보다 약간 더 풍요로와졌을 뿐. 어찌보면 삶에 있어서 최고점과 최하점의 거리가 더 증폭되어 삶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더욱 드라마틱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종교인들이 이야기하는 어떤 경지는 사람이 그 사람의 그릇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삶의 변화에 대해 눈을 바로 뜨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한다. 살아가면서 겪을 삶의 굴곡에 초연해지길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생을 끝까지 다 살아보지 않은 이들에겐 태어나서 지금까지 맛 본 세상이 그들에게 있어서 세상의 전부이니까 어리석은 일을 범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마치 어린 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넘어지고 다치면서 커 가듯 말이다.
어린 아이의 예를 들었지만, 나이가 들어도 사람의 어리석음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많은 ‘어른’ 들이 소위 점집이나 이름 있는 스님들에게 문의하는 내용들은 다 같다. 아니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들의 대부분이 다 그럴 것이다. 내 욕심을 채워달라고. 갑자기 나에게 요행수가 일어날 일이 없겠느냐고. 얼마전에 일어났던 행운이 오늘 또 나에게 반복되지 않겠느냐고. 왜 다른 사람처럼 행운이 없느냐고. 어찌들으면 어린 아이가 왜 난 수퍼맨처럼 될 수 없냐고 하면서 엄마에게 묻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될 지라도 그때까지 충격은 짧게 평온함은 오래 간직하는 삶을 살고 싶다. 비록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보람을 갖고 살고 싶다. 여기서 아주 조금 더 나아갈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모여진 조금 조금이 하늘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나에게 허락하여준 범위를 넘지 않을 정도로만.
어떻게 생각하면 세상/우주의 법칙에 도전하지 못하고 진취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고 현실 순응적이라 말 할 수 있겠지만, 내 지금까지의 삶의 경험으로 볼 때 얻고자 하는 만큼 잃었고 빨리 가고자 하는 만큼 늦게 갔고 몸을 사린만큼 위험해졌다. 나를 한계 상황으로 몰고 가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떨어지는 에너지보단 날 조금 덜 부지런하게 하면서 내가 얻을 마음의 평화와 여유로운 에너지를 즐기고 싶다.
고작 그것밖엔 못 되었느냐, 무능하다, 멍청하다, 시대에 뒤떨어졌다, 찌질하다, 무기력하다, 온갖 안 좋은 이야기들 다 들어도 화나지 않을 만큼 여유롭고, 순수하고, 꾸밈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상처주는 이야기는 내 자신이 아닌 내 욕심, 또 타인들의 욕심이 투사된 이야기들에 불과하다.
평온함을 추구하는 내 마음의 소리만을 듣고 살자. 진정한 내 자신의 평화, 그리고 타인과의 평화를 바라는 내 마음의 소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