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계륵: Les Paul

가진 기타가 레스폴 뿐이라거나 레스폴 기타를 가장 좋아하는 분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니 화내지 마시길 바란다. 그 분들을 자극하려고 적는 글이 아니니까.

내가 기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연주의 편리함, 그리고 튜닝 안정성이다.

연주의 편리함이 보장되지 않는 기타라면 고가/저가 기타를 막론하고 결코 오래 내 곁에 머물지 못했다. 반대로 아무리 안좋은 리플을 받는 기타라도 편리한 기타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스폴 기타는 아니올시다다. 기타가 무겁기도 하거니와 모양이 각이 져서 앉아서 치기 불편할 뿐더러 연주감도 좋지 않다.

내가 어쩌다 처음 레스폴을 만져본 사람이 아니냐고? 레스폴 기타를 지금까지 기타 평생(?) 써온 기타가 아니니까 어떻게든 말할 수 있겠지만, 내 생애에서 레스폴 기타는 어쩔 수 없이 같이 하던 때도 있고, 혹시나 해서 내 곁에 두던 레스폴만 4대쯤 된다. 지금도 한 대 가지고 있다. 물론 깁슨도 있고 에피폰도 있고.

튜닝 안정성에 있어서 악평이 높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기타가 또 레스폴 기타이다. 플로팅 브릿지가 잘 설치되고 락킹 넛이 잘 달려있는 것들은 오리지널 레스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제외하자. 그냥 평범한 넛에 평범한 튜닝 머신을 달고 있는 것들 치고 3-4번 줄이 튜닝이 안 불안한 것들이 없고 대개는 6줄 모두 다 튜닝이 불안하다. 이것은 옛날에 디자인 기타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튜닝이 안정적인 기타가 있긴 있냐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락킹넛 + 플로팅 브릿지 구조에서 아밍을 미친 듯 해도 원상회복이 잘 될 뿐더러 몇 달 동안 그대로 놔두어도 튜닝이 거의 틀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드랍 튜닝 하더라도 브릿지 수평을 안맞춰도 되는 플로팅 브릿지도 있다.

솔직히 일반적인 싱크로나이즈드 브릿지나 고정브릿지 기타들은 수시로 튜닝을 맞춰줘야 한다. 고가 기타나 아닌 기타나 수시로 튜닝이 나간다. 뭐 하나 해보려면 한시간이 멀다하고 튜닝을 다시하게 된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초보자들이 이런 기타를 쓰면 그 사람의 음감이 얼마나 개발되었냐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개는 그 사람 스스로가 튠이 서서히 나가버린 것을 잘 모르고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를 잘했어도 형편없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튜닝이 자주 나가는 악기를 쓰면 쓸 수록 튠에 더 민감해진다. 일반 사람들은 악기의 튜닝 (소위 조율)을 마쳤는데 쉽게 꺠지겠느냐 잘 인식을 못하니까 그러한데, 기타를 오래치면 오래칠 수록 살짝 음이 나간 것에도 예민해지게 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레스폴 기타는 계륵이다. 레스폴 기타 특유의 중간대역이 강조된 음색은 원하면 EQ로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연주의 편리함과 튜닝 안정성은 여간해서 얻어내기 힘들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연주감과 불편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분들에겐 예외다.

레스폴 기타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workaround가 존재하지만 그게 모든 레스폴에 반영되어 보다 좋은 것으로 개량되진 않았다. 어쨌든 지금도 1950년대 나온 기타가 여태 같은 모양으로 나온다. 핸드폰은 매해 업그레이드가 안되면 펄펄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요새 세상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