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으로 자극받은 잡설

도파민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도파민이 뇌 속에서 보상 회로를 이루는 매개 물질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좋은 감정은 도파민이 분비되어 비롯된 것이고 반대로 도파민이 모자르게 되면 우울, 불안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는 뇌의 정상적인 활동에 장애를 일으켜 파킨슨씨 병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글들을 읽어보면 도파민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없는 것 같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은 미지의 세계이다보니 딱히 이렇다라고도 말할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렇다’ 하는 것 뿐이지.

어쨌든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뇌속의 화학작용에 의하여 발현되는 것이라는 견해는 일반적인 것 같다. 종교에서 말하는 ‘에고’ 라든가 ‘희노애락’이란 것이 실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이 맥락에서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요새 사람들의 삶의 추구 방향은 ‘행복’이 아닌가? 행복이란 것도 일종의 ‘감정’이고 그것이 뇌속 화학 물질의 작용으로 본다면 결국 우리에겐 뇌 속에 꾸준히 일정량의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도파민의 감도도 잘 유지되어 끊임없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행복’으로 정의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닿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행복한 지경에 놓이기 위한 조건이 너무 많고 상대적인 측면이 너무 많다는 것 아닐까 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어리석음, 욕심에 원인을 두고 있는 듯 싶다.

어떤 뇌과학자가 Stroke를 경험하면서 좌뇌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서 뜻하지 않게 Euphoria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의 좌뇌의 활동이 활발해질 수록 우린 더 불행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즉 좌뇌에서 우리의 어리석음과 욕심과 관련된 사고활동이 진행되면서 그것이 우리에게서 저절로 샘솟는 행복감을 좌절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것 말이다.

우리가 입을 떡 벌리는 상황 - 무엇엔가 크게 감동 받거나 압도 되어버리는 상황 - 다시 말해서 자연의 위대함이라든가 경이로움을 느낄 때 우리가 내일 납부해야 할 세금이라든가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잊게 될 때의 그 느낌을 소위 행복감이라고 한다고 하지 않는가? 찌질하고 사소한 문제를 모두 집어던졌을 때, 좌뇌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신호를 차단했을 때의 그 느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숨을 쉬고 있음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채는 그 느낌 말이다.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그 뇌속의 쾌감을 일으키는 물질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괴로움을 덜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실험도 해보고 하는 것 같다. 더러는 명상을 해보라고도 하고 있고 더러는 금욕 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도 하고 중용의 덕을 추구하자라는 것도 있고 정말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그들의 방법이 옳다고 권해주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람이 행복감을 찾는 경로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반대로 행복하지 않다라는 이유를 찾는 방법 또한 너무 다양해서 딱히 어떠한 방법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 또 뇌속의 화학작용으로 나의 감정 상태를 설명하기에도 모자른 점이 많다. 이러한 명제들이 모두 성립하려면 그들이 주장하는 그대로 실행했을 때 분명히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진 이들이 회복하고 좋아져야 맞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식의 결과만을 가져온다.

1년 내내 우울증 약을 아무 의미 없이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븍별한 생의 전환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명상하고 종교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단지 그들이 그 믿음을 끝까지 붙잡아야만 무엇인가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결론으로는 사람과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아주 어릴적 처음 맛본 캔디의 달콤함으로 내가 ‘천국’을 맛보았다면, 지금의 나는 캔디의 달콤함이 불필요한 고칼로리의 탄수화물 섭취로 인해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될 것이란 생각에 쓴 맛으로 느껴지듯 말이다.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까진 사람은 행복의 조건과 기준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어서 불행의 구렁텅이로 가져가려는 듯 하다. 즉 행복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스스로 도파민 감수성을 떨어뜨려 충분히 기쁘고 흥미있는 일이 생겨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 싶다. 그렇게 그렇게 살다보니 더 많은 자극성의 중독성의 것들에 매달려 살게 되고 더 많은 행운, 실현하기 어려운 보상에 집착하다보니 그만큼 불행해진다.

도대체 아무 욕심이 소박하게 살면서 삶의 작은 변화에도 감동하고 기뻐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소위 도파민 감수성을 극대화하며 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내 삶을 극도의 무료함, 극도의 부족함으로 가득 채우고 나면 얻어지는 것일까? 그것이 부자가 ‘천국’(=최대의 도파민 감수성)에 가기 어려운 이유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