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래들을 연습하면서

알리에서 공수한 잉베이 시그니쳐 덕택에 80년대 잉베이의 곡들을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손에 잡히자마자 ‘아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시간도 없이 그냥 빠져들어서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매일 놀다보니 생각보다 손가락의 힘과 강도가 좋지 못해서 대략 2시간 정도 하면 손가락 끝이 아파와 그만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 다음 날 아침 손가락 관절도 욱신욱신하고 말이다. 그러나 즐겁다. 내가 마치 그 노래들 처음 듣고 좋아라 연습하던 어렸을 때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그 소리의 비밀을 알아내던 그때의 기분이 마구 마구 되살아난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좀 과장이겠지만 잠시 그 동안만은 삶의 흥미를 잃은 쉰내나는 아저씨는 사라지고 호기심 가득한 10대의 그 느낌을 갖게 된다. 살아가고 있는 기쁨을 내가 어디서 얻게 되었는지도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열정에 있어선 예전만 못하지만 악기들도 좋아지고 주변 환경도 많이 좋아져서 아주 편하게 기타를 칠 수 있을 뿐더러 귀도 좋아져서 예전처럼 말도 안되는 톤으로 연습하지도 않게 되었을 뿐더러 자기 검열이 매우 엄격해서 엉터리로 치고 지나가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악보를 보고 외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괴로운 일이다. 악보를 구하기는 쉬워졌지만 기타리스트 자신이 작성한 악보가 아니면 사실상 누군가가 채보한 것이라 사실 100% 멀쩡한 악보가 없기에 결국엔 다 바꿔서 쳐야한다. 이렇게 쳐보고 저렇게 쳐보고 해서 가장 편하고 그럴싸한 느낌이 나는 패턴으로 바꿔서 쳐야 한단 말이다. 어린 시절엔 그 악보가 마치 법전이라도 되는 마냥 악보에 나온 그대로 쳐야되나 해서 말도 안되는 폼으로 연습하다 늘질 않으니 결국엔 제대로 쳐내지 못하게 된다.

한참 뒤에 실제의 기타리스트의 공연 영상을 보다가 훨씬 수월한 폼으로 쳐내고 있음을 알아내게 된다. 실제의 기타리스트도 악보상의 말도 안되는 폼이었다면 제대로 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채보한 사람도 쳐내지 못했을 거라는 것도. 이것을 알아내지 못한 나 스스로를 멍청하다 꾸짖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타도 그에 걸맞는 것을 잡아주면 왜 엉뚱한 기타로 비슷한 소리를 내려고 용을 썼는지 또 후회하게 된다. 적어도 제대로 된 느낌을 내어주는 기타라면 나도 모르게 열정이 솟아오른다. 더 잘하고 싶고 그만큼 더 연습하고 싶어진다.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기타들은 꼭 그 기타로 쳐주어야 재미가 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특정 메이커의 특정 모델을 고집하게 된다. 그래서 그 옛날 악기들이 지금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겠지. 본래 메이커의 바로 그 모델을 갖게 되든 Chinese replica가 되었든 그 느낌을 적어도 절반 이상은 살려주니까.

혹시나 하고 다른 기타로 바꾸어 쳐본다. 아무리 손가락을 이리 저리 놀려보고 앰프와 이펙트를 조정해봐도 전혀 본래 음색의 느낌을 살릴 수가 없다. 다시금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한 악기 제조업자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비록 replica일 지라도 다른 replica 혹은 subsidiary brand에서 흉내만 내주는 그것 이상의 감동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짝퉁 명품 가방에 대해서 욕하는 이들이 있는데, 난 좀 다르다. 욕을 먹어도 좋다. 어차피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짝퉁 들 사람들이 짝퉁이 사라진다 해서 명품 가방을 제 값을 주고 살 확률과 빈도는 대단히 낮다. 또 그렇다고 해서 명품 메이커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을리도 없다. 그러면 더 이상 명품이 아니게 되니까. 결국 짝퉁 업자들 덕택에 그렇지 않은 이들도 명품 디자인의 혜택을 보게 된다. 명품 업체가 짝퉁 업체 때문에 망해자빠지거나 할 일은 없다. 아무리 명품이 훌륭해도 짝퉁을 사는 사람은 짝퉁을 사는 것처럼, 아무리 짝퉁이 활개를 쳐도 명품을 사는 사람은 제 값을 주고 명품을 사게 마련이다.

명품 업체는 높은 마진율로 전세계에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짝퉁업체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경쟁이 거세지고 마진율은 낮아지면서 단속 때문에 벌금을 물거나 한다면 현상 유지는 고사하고 망하는 일도 생기니까 말이다.

이쯤에서 요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