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ational Man

이 영화 비추다.

무심코 인터넷에서 영화 띄우기 글에 속아서 봤는데, 혹시나하는 기대를 하고 본다면 역시나 하고 넘겨보다가 꺼버릴 영화라고나 할까. 그동안 봐왔던 우디 앨런 영화가 어떤 영화였는지 망각했었나보다.

남자가 나오고 여자가 나오는 영화면 그 진행 방향이야 사실 뻔한 것이지만, 영화를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 진행 과정의 재미를 추구하게 되니까 말 그대로 너무 뻔하다든가 개연성이 전혀 없다든가 또 아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뻔함을 덜 뻔한 것처럼 속여주는 장치가 너무 성의가 없다. 등장인물들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한다. 사람이 사람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있어야겠냐만, 그냥 발정난 동물들처럼 행동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아 내가 좀 예민한건가?’ ‘저 등장 인물은 원래 저런 (대놓고 들이대는) 인간인가?’ 하다가 결국엔 ‘이 영화는 원래 이런 영화로구나’ 하게 된다.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 다른 우디 앨런 영화들에서 처럼 흐름은 우디 앨런이 추구하는 대로 남녀상열지사로 흐르지만 그 흐름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쉬지 않고 조잘조잘 나불나불 대는 그 스타일은 정말 여전하다 싶다. 어쨌든 재미 없다. 솔직히 짜증 난다. 저 (괜찮은) 배우들을 데리고 고작 저런 영화를 찍나? 하게 된다.

내 인생의 모든 문제들도 아무것도 따지지도 말고 그대로 남녀상열지사로 흐르고 오직 본능을 위해서 살아가면서도 마치 아닌 척 어이없는 말들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지껄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처럼이나 그렇게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종국에는 이 영화의 결말처럼 말도 안되는 엘리베이터 사고로 홀라당 죽어버리고 그런 ‘인생 사고’가 아무것도 아닌 일들처럼 잊혀지는 그런 괴롭고 복잡할 거 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는 인생을 처절하게 마주대하는 그런 영화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