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 기타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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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세상 모든 물건이 비싸면 좋다는 의견에 전혀 이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충분히 인정한다. 비싼만큼 비싼 값을 한다. 그렇지만, 그 비싼 값을 지불하는 어떤 기능이나 특징이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면 그런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잘 알고 있는 바 대로 비싼 물건은 비싼 값어치를 하기 위해 비싸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에게 고가의 기타는 솔직히 무의미하다. 차라리 저렴이 기타지만, 전혀 비싸보이지 않지만 기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면 아무리 저렴한 기타라도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기타 메이커들이 어느 새인가 제품 판매방법을 그런 식으로 바꿔왔다. 고가의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값을 계속 올려가고 반대로 저가 브랜드를 자매 브랜드로 만들어서 계속 값을 낮춰가며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이 방법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브랜드의 짝퉁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짝퉁과 비슷한 가격에 비록 고가 브랜드는 아니지만 똑같은 이미지를 갖는 저가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고 적당한 수준의 검수 조건을 걸어서 스스로의 마진율을 높게 가져가고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 동시에 소비자들이 짝퉁으로 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덤으로 OEM 생산 업체는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 (반대로 단가를 후려치니 그게 그거 아닐까 하지만)하고 기술력을 덤으로 올려갈 수 있으니 윈윈하는 장사가 아닐까 한다.

나의 저렴이 기타 사용기

나는 최근에 다음의 3가지의 저렴이 기타를 경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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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원래의 고가 브랜드 제품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의 수준이지만 기타 본연의 기능은 잘하고 있다. 장점을 정리해보면

이것은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일테니, 단점에 대해서 좀 자세히 얘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튜닝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대개 이 가격대의 제품은 fixed bridge가 아니면 tremolo bridge를 달고 있어도 locking nut과 floating brideg의 조합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nut가 줄을 붙잡고 있어서 튜닝이 매끄럽게 되지 않는 것부터, 아밍을 하면 어러 저러한 이유로 음이 원상회복 되지 않는 문제까지 다양하다. 즉, 튜너 혹은 브릿지에서 줄이 매끄럽게 움직이면서 장력이 원상 회복되면 좋을텐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브릿지 시스템을 쓰면 고가의 기타도 솔직히 이 문제를 피해가긴 쉽지 않다. 락킹 튜너를 써서 튜너에 줄이 감기는 문제를 피할 수 있고, 아니면 락킹 너트를 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추가적인 작업 혹은 고가의 부품을 필요로 하기에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줄을 새것으로 갈게 되면 튜닝 문제는 락킹 너트와 좋은 플로우팅 브릿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한동안은 답답스러울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의 기타는 줄을 갈고 튜닝이 불안정한 상태가 좀 더 오래간다. 물론 줄을 갈고 계속 튜닝해가면서 연주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안정되게 마련이다.

픽업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

이것은 실제 그러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들을 한다는 것이다. 픽업의 특징은 내가 보기에 특별히 저음이 강하다거나 고음이 약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다.

또 흔히들 걱정하는 것이 큰 공연에 나가서 픽업이 마이크로포닉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하울링이 걸리거나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흔히 픽업의 코일을 감고나서 파라핀 같은 것으로 그 상태를 잘 고정해놨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저가의 기타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3대의 기타를 공연장에 들고 나가서 큰 볼륨에 써본적이 없어서 할 말은 없지만, 여태 내가 가진 기타를 그런 곳에서 연주해본 적도 없다. 그런 연주자라면 또 저렴이 기타를 들고 나가서 망신을 당했다면 픽업만 조금 덜 저렴이 픽업으로 바꿔주면 된다.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저중고 음의 배합이다. 고음이 너무 센 경우는 여태 경험해본 적이 없고 반대로 저음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는 많이 경험해봤다. 아쉽게도 에피폰에 달린 브릿지 픽업과 J-custom에 달린 Dimarzio tonezone이 그러했다. 저음이 너무 강하면 정말 재미가 없다. 출력이 작은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요새 픽업들은 강한 자력의 자석을 쓰기 때문에 출력이 낮다고 하는 픽업이라도 하이게인 앰프에 연결하면 충분히 출력이 남아도는 것을 알 수 있다. 앰프 게인을 우리가 달리 말할 때 saturation이라고 하듯이, 어느 정도 이상의 출력이 되면 톤의 변화는 사실상 ‘포화’ 된다.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저음이 너무 큰 경우에는 이게 문제가 된다. 톤이 너무 답답해진다. 저음을 많이 깎아내기로 유명한 앰프들 (5150/6505, Marshall classic channel)에 연결해봐도 여전히 저음이 많아서 벙벙 거리는 답답한 소릴 낸다. 피킹 어택이 전부 묻혀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쳐봐도 재미 없어서 기타를 내려놓게 된다. 이것은 기타의 탓이 아니다. 기타 쪽에서 HPF를 달아서 저음을 깎아주면 좀 나아지긴 한다만 꼭 이래야 하는 것인가 싶을 것이다.

솔직히 Silo 3라는 기타는 $199로 아무 기대 없이 사본 연습용 기타인데, 픽업 모두 맘에 든다. 그 모양새로 봤을 때 정말 저렴이 픽업이지만, 그들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고, 음역대 배합이 적당해서 플레이할 때 매우 재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Jackson JS11이나 PRS SE standard는 이만 못하지만 나쁘진 않다.

조정이 잘 되어있지 못하다.

기타에 따라서는 inspection이 잘 되어있다는 딱지가 붙어서 오긴 하지만 intonation adjustment가 잘 안되어 있어서 결국 내 손으로 해주어야 한다. intonation adjustment가 안되어있다면 아무리 고가기타라고 하더라도 한심한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저렴이 기타도 마찬가지로 intonation adjustment를 잘 해놓으면 좋은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는 intonation adjustment를 할 수 없는 상태의 기타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브릿지가 너무 앞쪽에 박혀있다거나 아니면 너무 뒷쪽에 박혀있어서 새들을 아무리 앞으로 밀어도 아니면 반대로 너무 뒤로 밀어도 원하는 튜닝상태를 얻을 수 없는 경우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선택한 기타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가까스로 조정을 할 수 있었다.

목재가 쓰레기 아니냐?

솔직히 목재 재질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목재의 재질을 분간할 방법은 솔직히 아무리 기타를 오래쳐봤어도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앰프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때는 목재의 재질보다는 넥과 브릿지, 픽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더러는 넛의 영향도 받는다고 한다만.

나무로 되어있어서 사람 몸에 닿을 때 너무 차갑지 않아서 좋다. 또 금속처럼 너무 딱딱하지 않아서 좋다. 그 정도다.

꼭 나무가 아니더라도 합성수지로 휘지 않는 강력한 넥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고, 잘 찍히지 않는 강력한 바디가 있었으면 좋겠다. 온두라스 마호가니 무슨 무슨 가구에나 들어갈 법한 목재 이름들 별로 관심없다.

정리하면

기타를 치면서 뭔가 답답한 문제를 기타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면, 또 가격대비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이들 저렴이 기타들은 정말 좋은 기타들이다.

이보다 가격이 비싼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프렛도 갈리게 되고, 넥도 휘게 된다. 어차피 덜 저렴이라도 싸구려 기타는 싸구려 기타인 것이고, 아무리 저렴이 기타라도 기타가 해야 할 기능은 잘 하고 있다. 특별히 어떤 부품 (potentiometer/tuner)에 불만이 있다면 이 부분만 교체해서 사용하면 된다. 좀 비싼 기타라고 해서 이런 부품을 고급으로 썼을리 없다. 이런 부품들은 아주 고가라인으로 올라가야 확실히 티가 나는 좋은 부품을 쓴다.

아무리 싸구려라 거지같단 소릴 듣는 기타도 누가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이유가 뭔지 잘 알게 되면 충분히 다른 선입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들 저렴이 기타들을 구입하기 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리뷰들을 봤다. Anderson music을 빼고 나머지는 연주자도 초/중급 수준의 연주자였고 녹음 상태도 좋지 못했다. 당연히 저가 기타이니 프로모션하는데 비용을 썼을리 없다. 당연히 Anderson music에서의 평가는 매우 좋게 나왔다. 연주하기 전에 충분히 잘 조정해놓은 듯했고 연주자 자체도 기타를 아주 오랜 시간 연주해오던 사람이었기에 (이분은 자신의 기타 사업도 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소리가 난 것이다.

대개 기타에 흠을 많이 잡는 이들은 기타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이들이라거나 시작할 때 누군가 잘 조정해 놓은 기타를 받아서 사용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한 번도 기타를 스스로 정비해봤다거나 한 적이 없을 확률이 높다.

일렉 기타는 첨단의 노우하우가 녹아들어간 제품이 아니다. 적당한 수치로 가공해서 적당히 넛, 프렛, 브릿지 박아놓고 줄을 연결해주면 적당한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정밀하게 한다 하더라도 나무로 만들어진 이상 변형되게 마련이고 프렛은 닳게 되어있다. 생각해 보라 1950년대 나온 기타가 지금도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서 팔리고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얼마나 많은 기술들이 발전하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