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der in the Sk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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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Gary Moore (R.I.P.)의 70/80년대 강력한 넘버들을 좋아한다. 이들은 명목상 하드락으로 구분되는 곡들이지만 가만히 듣고 있자면 웬만한 헤비메틀 음악의 파워를 훨씬 능가한다.
게리 무어라는 기타리스트는 국내에 알려지기에 게리 무어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아마도, 일반사람들에게 알려지기에는 “Parisienne walkways”라는 발라드 곡 때문에 팝 발라드나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좀 더 나아가서 “Still Got the Blues”라는 곡이 국내에서 나름 히트했기에 블루스 가수(?),혹은 블루스 기타리스트, 더 나아가선 대표적인 ‘추남’ 기타리스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당대의 기타리스트의 외모를 놓고 볼 때 이분의 대뷔 내지는 주 활동시점이 이쁘장한 용모의 헤어메탈이 유행하기 전쯤이라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고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지 쉽게 말해 ‘오만상을 찡그리고’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칠 때의 사진이 더 많은 편이라 그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 최초 내한 공연은 그가 죽기 얼마전인 2010년에 이루어졌기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되는데, 아쉽게도 뮤지션으로서의 황금기를 이미 넘어버린 시점이라 아쉬운 점이 많이 있고 그 공연에서도 한국과 연관이 있는 “Murder in the Skies”는 물론 부르지 않았다. 비슷한 시점에 Jeff Beck의 공연도 서울에서 있었다. 시기상으로 볼 때 모두 전성기를 한참 지난 시점의 공연이라 많이 아쉽지만 살아서는 서울에서 볼 일 없을 것으로 (?) 생각했던 80년대 활동했던 기타리스트과 하드락 밴드들이 비록 80년대를 훌쩍 지난 2010년에라도 서울을 다녀갔다는 것만도 서울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한 때 게리무어의 열혈 팬으로서 이러한 현상은 게리 무어 사후이지만 제대로 알려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게리 무어에 대해서 좀 집고 넘어가자면 이 뮤지션은 당대에 그리 흔하지 않았던 보석같은 싱어송 라이터 + 기타리스트였다고 봐야할 것이다. 넘나드는 분야도 생애의 주요 시기에는 프로그래시브 락을 위주로 발라드도 많이 쓰고 하드락, 하드락 블루수 등등 미국/영국 팝차트에서 히트한 곡도 꽤 많은 편이지만,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한창 활동할 때의 하드락 넘버 중에 유명한 곡들은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헤비한 곡들을 꼽아보라면,
- The End of the World
- Murder in the Skies
물론 이 외에도 다수의 헤비 넘버들이 있긴 하지만 일단 대표곡으로 골라봤다.
첫번째 곡은 인트로가 국내 화장품 광고에도 사용되었을만큼이나 인상적인 곡인데,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번째 곡이야 말로 당시 소련(구 러시아)의 전투기로 부터 공격을 받아 민항기가 공중에서 격추된 대 사건이었음에도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이 국제 사회에서 찍소리 못하고 넘어간 대표적 사건인 ‘칼기 격추 사건 (1983.9.1)’을 노래한 곡이다.
나는 대한 민국 국민임에도 여태 이 사건의 본말은 알고 있지만 그 배경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아무 이유 없이 아시아 변방의 힘없는 개도국인 한국 국적의 민항기가 냉전 시대의 희생양이 된 것인지 말이다.
당시 정작 피해자는 찍소리도 못하고 넘어가던 시절에 게리 무어가 대신 나서서 강력한 헤비 넘버로 국제 사회에 소련의 만행에 대해 울부짖은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가 국내 라디오에서 제대로 전파를 타고 히트한 적도 없으며 당시 매우 어렸던 나 역시 나이가 한참 든 뒤에도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단지 기타리스트로서의 게리무어를 좋아하기 시작하던 때에 완전히 철간 앨범들을 사 모으다가 알게 된 것일 뿐.
잡설이 길었는데, 일단 오셨으니 한 곡 듣고 가시기 바란다.
인트로의 강력한 기타연주는 사실 기계적으로 들릴 수 있고 또 게리 무어의 다른 히트곡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라 익숙할 수 있지만, 아무리 단순하게 들리는 패턴이라도 이런 스피드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 (1983)를 돌아보면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온 Yngwie Malmsteen이 데뷰한지 좀 되던 시절이라 하드락에서 스피드 경쟁이 막 돌입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그에 지지 않으려 애를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주로 harmonic minor scale에 의존하며 일관적인 패턴의 연주를 구사하는 그와 온전히 록음악의 정석을 따라 pentatonic/blues scale에 기반한 게리무어의 연주는 많이 다르다.
음악을 듣는 것은 어디까지나 듣는 이의 자유이므로 누가 더 잘한다 못한다라고 할 것은 없지만, 뿜어대는 파워로 볼 때 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게리 무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울부짓는 그의 음성으로나 사정없이 후려치는 기타 연주에서나 아드레날린이 철철 흘러내리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