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tar Pick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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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기타에서 픽업처럼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크게 개입되는 부품도 없는 듯하다. 기타에 대한 지식이 없을 수록 더 그런 경향이 높다. 같은 픽업도 어디에 붙여놓았느냐 어떤 앰프와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소릴 내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픽업은 마이크에 해당한다 해서 마이크처럼 넓은 음역대를 가지고 그 음역대의 소리를 최대한 왜곡없이 전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그저 자기 색깔이 뚜렷한 픽업이 좋다. 나머지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뮤지션으 이미지와 마케팅 전문가의 언어 미학이 결합되는 것에 달렸을 뿐.
실제로 픽업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픽업은 그냥 코일 뭉치일 뿐이라 정해진 회수만큼 코일을 감고 적당한 수준의 자력을 갖는 자석을 붙어주면 된다. 픽업이 가져야 할 모양 그대로 만들었다면 물리적으로는 픽업과 픽업 간에 특별히 큰 차이가 있을 수도 없는 물건이다.
성의가 없이 만들었다면 소위 포팅(wax potting)이라고 해서 파라핀 (이걸 wax라고도 한다)를 녹인 액체에 코일 뭉치를 담궈서 마이크로 포닉 (주변 진동을 그대로 흡수해서 전기 신호로 바꾸는)을 없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할 수는 있다. 싸구려 자석을 써서 출력을 작게 만들었다거나 하는 수도 있다.
불행히도 기타는 이미지로 치는 게 아니고 언어 미학으로 기타연주를 포장할 수도 없는 것인데, 솔직히 내가 보기엔 픽업과 기타 역시 거의 20%의 실체와 80%의 음악 외적인 요소가 결합되어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비싼 이미지의 기타와 픽업이 있으면 내 연주력이 그만큼 향상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기타와 알게 된지 2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얼마짜리 기타냐 브랜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영향받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답답한 기분이든다. 뭔가 안좋은 것 같다 싶으면 내 안에서 이유를 찾기보단 브랜드가 싸구려 브랜드라서, 부품이 싸구려라서 라는 식의 핑계 찾기에 급급하다.
더 웃긴 것은 브랜드 이미지나 가격면에 있어서나 부품들의 품질로 봤을 때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기타를 들고 있어도 어떤 단점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얘기한다. 우리의 삶의 결과는 주어진 환경 + 나의 반응이라고. 주어진 환경이 어떠하냐와 상관없이 내가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면 삶의 결과 역시 좋은 것일 수 밖에 없다. 비록 저렴한 기타들이 튜닝이 안정되지 못하고 10분 가지고 노는 시간에 1분 정도는 계속 튜닝하는 데 허비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내가 내 손으로 구입한 기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