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y Moore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 기타에 빠지게 된 것에 한 몫 하신 분이 Gary Moore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아주 오랜 (80년대) 하드록 음악을 소개한다며 Gary Moore의 “End of the world”를 들려주었다. 그 시절 사운드와도 많이 차이가 있고 어떻게 들으면 매우 촌스럽지만 진솔하고 직설적(?)인 맛이 있었다.

기타의 달인들처럼 지능적인 플레이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뭔가 투박한 것 같지만 분노와 억울함에 가득찬 것 같은 기타 플레이와 보컬은 날 사로잡기에 딱이었다. 알아가다보니 Phil Lynott과 세트를 이루는 인맥이고 그것이 Cozy Powell이라든가 John Sykes와 같은 이들과도 연결이 되고 그렇게 확장해나가다보면 70/80년대 하드락의 주류를 이루는 이들을 총망라하게 되는 식이다.

내가 아는 게리무어는 그게 전부였던 터라 공연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해서 막연히 80년대 초 앨범들을 통해 파악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 나는 블루스를 한다는 게리무어는 잘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난 그가 원래 하던 분야 (팝음악 스타일의 하드락)를 좋아하는 것이지 그의 블루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 사실 그냥 블루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기타 연주를 지능적으로 하는 이들이 하는 블루스 (이를테면 로벤포드 스타일의)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블루스는 느리고 지치는 맛이 있고 더러는 너무 빈티지한 맛이 있어서 그렇고, 어린 나이에 블루스계통에서 한 이름 떨쳤던 로벤포드같은 이들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인간적으로 너무 잘해서 좋아하지 않은 것이다. 게리 무어의 블루스는 이 두가지와 좀 다르고 뭔가 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느낌보단 예전에 하던 장사가 잘 안되니까 방향을 전환한, 이를테면 나이 먹어서 예전처럼 사납게 기타를 쳐대고 소리 지를 기운도 떨어지니 차라리 블루스나 하자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 실제는 어떠한지 내가 알 수 없으니까.

어쨌든 그가 레스폴을 들고 있는 사진을 유독 많이 마주한 나로서는 80년대의 게리무어가 레스폴을 들고 설쳤겠거니, 앰프라고 해봐야 그 시절 마샬밖에 더 있었겠나 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요새 알리익스프레스의 잉베이 시그니쳐 짝퉁을 들인 후에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스캘롭드 지판도 아니고 오리지널 펜더 스트랫과는 좀 거리가 있는 짝퉁 스트랫이지만 느낌이 꽤 유사하다 싶었다. 때마침 예전에 작업하던 앰프 시뮬 중에 JCM800을 다시 꺼내놓고 들으니 이건 영락없는 Fender Stratocaster + JCM800의 조합으로 들릴 뿐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하드락 씬에서 오로지 빈티지 (60s) 스트랫과 JCM800(?)마샬 앰프 조합으로 강력한 하드락 연주를 했던 사람이 바로 게리무어란 이야기다. 사실 이 시절 하드록 뮤지션들 중에 Gary Moore 말고도 Yngwie도 비슷한 세팅이었는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 둘의 사운드가 비슷하게도 들릴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기타와 앰프 구성인데 그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정도이지 싶은데 둘 다 이펙트 떡칠을 하진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는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