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hode Fol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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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프리앰프 및 파워앰프를 모델링하려고 많은 생각, 그리고 시간을 소비했는데 내가 처음 amplitube라는 이펙트를 구경한지가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으니, 그렇게나 오랜 동안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여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을 보면 그만큼이나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여태도 삼극관 자체를 정확하게 모델링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논문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진공관의 정확히 어떤 점 때문에 여태도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질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연구자의 경우에서는 프리앰프에서 스피커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실시간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그 증거로서 실시간 플러긴이나 앱이 아닌 wave file을 결과로 올려놓았는데, 막상 들어보면 그 결과가 너무나도 리얼하여 이제 더 이상 앰프로 녹음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어지다가 ‘첵 첵 첵첵!’하는 연주자의 피크가 줄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여러 번 다시 들어보면 이 사람이 해서는 안될 사기를 쳤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저 학술적인 목표로 1-2년 달겨들어서 결론이 나올만한 토픽이었다면 우린 진작에 PC로 기름진 소릴 뽑고 있었겠지 싶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샬계통의 프리앰프 회로의 가장 마지막단을 보면 일반적인 plate follower gain stage 다음에 곧바로 DC coupled cathode follower가 따라 붙게 된다. 처음에 회로를 보면 이렇게 쓰는 것이 기존에 알던 triode 증폭회로와 모양이 좀 다르고, bias voltage가 너무 높은 데다 AC coupled가 아니라 DC coupled라 이래도 진공관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그래도 많은 앰프들이 이렇게 쓰고 있으니 안전하겠지, 그리고 이런 것이 무슨 공식이나 되는 양 생각했는데, 정상적으로 진공관을 구동하는 방법에는 많이 벗어난 것이고, 내 경험에도 싸구려 진공관을 사용하면 이 부분에서 탈이나서 관 자체를 못 쓰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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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는 grid의 voltage가 높아져서 grid와 cathode간 전류 흐름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이므로, 아마도 grid가 약하게 만들어졌든가 진공도가 낮아서 grid가 산화되어버렸든가 둘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이런 회로는 마샬 계통의 프리앰프에만 존재하고 메사의 마크 시리즈라든가 펜더의 프리앰프에서는 없는 회로니까 싸구려관은 여기에 써도 무방하겠지만, 어찌되었든 너무 싸구려관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데, 그림을 보면 두 개의 triode가 찰짝 붙어있는데, 두번째 단의 grid가 앞단의 plate에 그대로 연결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번째 단의 모양새는 plate에 저항이 없고 cathode에만 저항이 달려있는 모양인데, TR회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쉽게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즉, 전압 증폭률이 1이 안되지만 (왜냐면 입력단 전압과 같거나 비슷해야 하는 위치에서 출력을 뽑아내므로)전류를 많이 끌어올 수 있어서 (부하쪽으로 흘려 보내는 전류량이 많아도 전압 저하가 크지 않은) 출력임피던스를 낮춰주는 기능을 하는, 즉 impedance가 낮은 load를 구동하기 위한 회로라는 것은 알 수 있다. Triode도 마찬가지로 cathode follower라는 회로 자체가 모양새로 보면 단순한 버퍼구실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사용한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tonestack이 impedance가 그렇게 높지 않으니 이걸 drive하기 위함이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Fender 계열의 프리앰프는 1차 증폭단(plate follower)다음에 tonestack이 달라붙고, 5150과 같은 프리앰프는 이것이 마샬 - 솔다노의 흐름을 따르지만 마지막단은 plate follower에 tonestack이 그대로 달라붙는다. 실제로 프리앰프를 만들때도 과연 이것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략해봤는데, 프리앰프 자체의 부하라는 게 입력 임피던스가 높은 다른 파워 앰프라든가 사운드 카드인지라 사실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왜 있나 싶기도 함). 실제로 spice simulation에서도 이것이 어떤 큰 차이가 있을까 생략하고 연결해봐도 출력파형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spice에서 사용하던 model이 grid current model이 정확한 것이 아니었고 프리앰프에는 낮은 볼륨으로 사용했던 거라 차이가 미미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 회로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차증폭단을 plate follower, 2차증폭단을 Cathode follower라고 하자.

2) 1차 증폭단의 plate 전압이 높아지면 여기에 DC coupled된 2차단의 grid 전압도 같이 높아진다.

3) Grid bias만으로 2차 단의 cathode 전압을 끌어올릴 수 없으므로, 결국 1차단의 plate에서 전류를 끌어와 2차단의 grid current로 흘려 내 보내야 둘 중의 타협점에서 수렴하게 된다. 즉, 1차단의 grid bias로 예측한 plate 전압보다 낮은 전압, 또 2차단의 grid bias로 예측한 cathode 전압보다 높은 전압에 수렴한다. 즉 입력 전압에 대해 예측한 증폭률 보다 낮은 전압이 출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4) 반대로 1차증폭단의 plate 전압이 낮아지면 grid 전압도 낮아지는데, 이에 따라 2차단의 plate current는 증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cathode voltage가 높아지니 cut-off voltage가 될 때까지 증폭률의 변화는 크지 않게 된다. 즉, -방향으로의 진폭 변화에 대해서는 방해를 덜 받는다.

결국 3)의 과정을 통해서 +방향의 진폭 증가는 plate - grid로 흘러가는 전압 변화 때문에 큰 compress를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hard clipping이 아닌 soft clipping에 의한 2nd order harminc의 증가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지저분하고 날리는 소리 대신 깔끔한 드라이브가 걸리게 된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 회로를 해석하는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고, 이것을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문제가 남는데, 신기하게도 전기 회로 자체를 컴퓨터가 해석하여 그 결과를 시뮬레이션에 이용하려면 귀찮은 문제가 생기게 됨을 알 수 있다.

입력에 어떤 작용을 가하여 출력을 얻는 방식, 즉 입력 신호를 어떤 함수에 넣고 함수의 결과물을 취하는 방식으로 꾸미기가 쉽지 않다. 즉, 그림에 보이는 간단한 회로도 1차에서 나온 결과를 2차에서 가져다 쓰는 식, 즉 1차의 증폭단에 대한 모델링으로 만든 함수의 결과를 2차 증폭단 모델링 결과로 나온 함수에 넣어서 최종 결과물을 꺼내쓰는 식으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애초의 예상대로 grid에 전류가 흘러들어가지 않는 다는 가정이 성립했다면 모든 증폭단을 전부 독립시켜 모든 증폭단을 개개의 함수로 정리해서 그 결과를 프리앰프 설계에 따라 간간히 filtering하며 다음단으로 넘기는 정도로 문제가 풀릴 수 있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기타 시뮬의 소리가 엉망인 것으로 보아서는 이들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증폭단에서 saturation이 일어날 정도로 과한 입력을 집어넣게 되는 순간 기본 가정 및 모든 모델링은 틀린 것이 된다. 그래서 오래전의 기타 시뮬들은 하이게인 모델들은 죄다 소리가 엉망이었더라도 Fender 계열의 앰프 톤은 클린톤은 모델하기가 매우 쉽고 결과도 쓸만했던 것이다.

즉 앞단과 뒷단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나온 결과를 가지고 다음단에 써먹어야 되고, 그런 식으로 흘러가야한다. 정확하게 모델링하려면 프리앰프 회로를 통째로 시뮬레이션해야겠지만, 이것이 불편하니 별 수 없이 2단씩 시뮬레이션하고 1단의 증폭단이 overlap되는 식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grid limiting current 때문이다. 다시말해 입력 전원으로부터 일부의 전류를 끌어당겨 오기 때문에 전압이 일정 이상 커지면 더 커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더군다나 진공관은 출력 임피던스가 크기 때문에 이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아 전압 감소가 크게 일어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매 증폭단을 지나면서 입력 신호는 크게 compressed 되는 것이다. 물론 cut-off에 의한 hard-clipping도 일어나지만 말이다.

더 요약하자면, 입력 신호의 +부분은 soft-clipping이 일어나고, -부분은 hard clipping되어 그 결과의 역상이 매 증폭단에서 출력된다.

여기까지 결론을 얻게 되면, 디지털 모델링의 목표가 흔들리게 된다.

즉, 애초의 목표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모델하자 였는데, 다음의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1) 기본적으로 triode model자체가 실제 triode와 같지 않고 그 연산이 복잡하기에 그 모델만 적용하는데도 실시간 구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2) grid limiting current 때문에 매 gain stage가 next stage까지 함께 넣어 loop equation을 풀어야 하는데, triode model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에 numerical approach를 해야한다 - 즉 방정식의 해가 간단한 함수로 얻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해에 접근하게끔 loop를 돌려서 모든 조건을 특정 오차한계로 만족시키는 어떤 근사값을 찾아내야 한다. (Spice가 하는 일이다)

결국, 1),2)를 모두 포기하고 triode 회로를 패턴별로 구분하여 그것을 단순화된 모델에 매칭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자니 여태의 많은 디지털 이펙터들이 추구한 방법과 같아진다. 결국 기존 이펙트들과 아무런 다른 점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차피 이들도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다양한 시도끝에 도달한 결론일테니 내가 생각하는 어프로치와 별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