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I EWI USB 하나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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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포인트가 쌓여서 뭘 사볼까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띠는 AKAI EWI의 USB 버전을 질러봤다. 헤드폰을 끼고 놀면 기타보다도 더 조용하기에 질러봤는데 생각보다 사용방법이 그리 쉽지는 않다.
EWI (Electric Wind Instrument)는 사실 매우 간단한 기계로 입과 닿는 마우스피스, 여기에 연결된 공기 파이프가 일종의 압력 센서에 직접 연결되어있고 나머지는 전극의 전압차를 센싱하는 일련의 스위치와 이것을 미디신호로 바꾸는 칩이 들어있는 악기이다. 음원이 내장되어있는 것이 보통인데, EWI USB는 음원을 빼고 음원과 관련된 고차원적인 컨트롤, 배터리, 미디 인터페이스 등등을 모두 제거해서 저가(?)로 만든 악기이다.
현재 많이들 쓰는 EWI가 EWI-4000s라는 모델인데 최근에 EWI-5000이라고 무선 모듈이 붙어서 나온 모델이 NAMM Show에서 발표되었다.
거두 절미하고 EWI USB는 랩탑이나 데스크탑에 USB로 연결해서 USB 키보드처럼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제 나는 윈도우는 안쓰니까 모르겠고) 맥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미디 기기로 인식되어 input으로 잡히고 구입시 따라오는 Garritan의 ARIA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standalone 또는 AU plugin이 설치되는데 이것이 음원 노릇을 한다. 아마도 요새의 미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바 있는 사람은 요새처럼 다양한 소프트음원이 많은 시대에 이 소프트웨어를 꼭 사용해야 하느냐라는 의문이 생길텐데, 결론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ARIA라는 소프트웨어는 Garritan이라는 메이커 이름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저가의 저품질 음원을 가지고 있어서 별로 리얼한 음색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번들로 따라오는 소프트웨어다보니 EWI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몇 가지 SysEx를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EWI의 운지 방법이라든가 (서너 가지 운지 방법을 지원함, Default로는 EWI 운지 (리코오더와 매우 비슷함)로 설정되고 flute이라든가 saxophone 운지는 별도로 설정해줘야 한다), 악기와 관련된 몇 가지 센싱 데이터 (바람의 세기, 마우스 피스의 변형, 피치 밴더 등등)을 어떤 컨트롤러에 매핑하느냐 등등에 관련된 설정을 바꿔줄 수 있다. SysEx를 제대로 외우고 전송할 방법이 없는 이상 다른 소프트웨어로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ARIA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에는 default 설정을 이용하는 것이 아마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한다.
미디로 레코딩을 해보면 note의 velocity가 이상스리 랜덤하고 controller #2가 자주 날아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controller #2는 숨의 세기를 나타내는 값으로, 초보자인 내가 관찰한 바로는 velocity는 손가락으로 노트를 누르는 순간에 압력센서에서 감지한 숨의 세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숨이 압력 센서에서 감지될 때의 압력으로 velocity를 결정하고 그 때 눌려진 음에 의해서 pitch 정보가 전달되고 음이 바뀌면 이전 음에 대한 note-off이 날아가고 새로운 음의 note-on이 날아가는데, 역시 이때 감지된 압력센서의 값이 velocity로 날아간다. ARIA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좀 애매하긴 한데, 다른 음원을 연결하면 첫 숨을 불 때 음을 미리 손가락으로 눌러놓고 불면 아무리 세게 불어도 velocity가 낮아서 소리가 작게 나고, 그 다음 음에서 큰 velocity 값이 나타난다. 이게 사실 일반적인 관악기와 큰 차이인데, 그래서 DAW와 음원 소프트웨어에서 설정을 잘해줄 필요가 있다.
내 경우는 velocity는 lower limit을 높여놓고 controller #2를 relative volume에 매핑했다. 이게 사실 음원마다 설정하는 값이 달라서,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음원에 맞춰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볼륨에 해당하는 미디 콘트롤러는 7번과 11번인데 음원에 따라서 EWI에서 출력된 controller 2와 volume 혹은 expression과 매핑해야 한다. Velocity에 매핑할 수 있지 않느냐 할텐데, 이는 음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영향을 줄 수가 없으니 적당하지 않다.
ARIA 음원의 경우는 controller #2에 volume이라든가 expression이 반응하도록 되어있다.
EWI를 통해서 아마도 T-Square의 흘러간 연주들을 재밌게 즐겨볼 수 있을텐데, 이틀째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FM7(또는 FM8)이 신디 음색으로는 적당한 것 같고, 색소폰이라든가 오보에 소리들은 대용량 오케스트라 샘플을 불러다 쓰면 좋은데, breath control을 Kontakt에서 깔끔하게 붙여쓰는 방법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관악기도 스케일 연습 (손가락과 숨조절)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고, 특히나 블루스 스케일, 또 관악기 다운 그루브감이 생명인 것 같다. 기타 솔로 하듯 EWI를 잡으면 음도 또렷하게 안날 뿐더러, 관악기 솔로스러운 느낌이 전혀 나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흡연으로 망가진 폐기능에 관악기를 연주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구글링해보니 실제로 관악기 연주를 한 기간이 오랠 수록 폐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한 자료들이 더 많았다. 특히나 금관악기는 더 그렇다고 하는데, 어쨌든 습관을 들이기 나름일 듯 한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오래 내뱉는 운동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나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