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DI track 가지고 놀기 (3)

다른 이가 만든 DI track을 가지고 놀아보니 생각보다 배우는 게 많다. 헤드폰을 끼고 듣다가 출근하다가 차에서 들어보기도 하고, 여담인데 스마트폰에 블투로 차량 오디오와 연결되는 것은 쓰면 쓸 수록 참 쓸만한 기능같다. 더구나 클라우드에서 음원을 가져오거나 인터넷 라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정말 귀찮은 일은 다 저리가라가 되었다.

여기에 싸구려 번들 이어폰까지 끼고 들어보고 하다보면, 어느 때는 저음이 많다가 어느 때에는 고음이 많았다가, 한번 가운데로 몰렸다가 퍼졌다가 하는데, 그래도 회수가 늘어가면서 그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동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많이 하다보면 스스로 골든 탬플릿을 하나 만들어놓고 하게 될 것도 같다. 그러다가 이런 놀이 안하고 이래 저래 시달리고 하다보면 또 연주도 제대로 못하고 소리도 제대로 못 듣고 맘대로 믹스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몇 가지 배우게 된 것은,

1) 녹음할 때 신경써서 (그러니까 연습을 많이해서) 한 것들은 역시나 뭘 걸어주든 그 결과가 좋다.

2)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녹음에 사용한 기타에 따라 앰프 반응이 천지차이인데, 잘 녹음된 것들은 트랙이 몇 개 안되도 꽉차게 들리는 반면, 그 반대인 것도 있다. 대략적으로 강한 힘이 고르게 들어간 것들이 그런 것 같다. 메탈 음악이 다른 음악들처럼 연주의 강약이 다이내믹하진 않으니까.

3) 다양한 앰프 모델 중에서 메탈 음악에 쓸만한 것들은 솔직히 얼마 없는 것 같다. 그 색깔이 가장 중요한데 그 색깔이 뚜렷한 게 몇 가지 안되는 것 같다. 어쨌든 앰프와 캐비넷소리만 잘 받쳐주면 나머지는 그냥 끌어올려지는 게 바로 느껴진다.

점점 해보다 보면 더 많이 알고 더 정교해지겠지만 과격한 사운드라고 해서 어떤 요술이 숨어있을까 했는데, 그게 아닌 게 너무 뚜렷하다. 몇 가지 기술이랄 것도 없게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얼마나 잘 연주했느냐와 결과물이 그대로 일치한다. 그냥 대충 엉성하게 쳐놓고 좋은 사운드를 기대하는 게 틀린 거다. 어쨌든 그래서 베이스를 한 대 사고 싶어졌다. 베이스 연주가 탄탄한 믹스는 뭘 해도 결과가 좋게 들린다. 드럼은 어떻게든 샘플을 가져다 바른다 쳐도 베이스는 기타와 마찬가지로 샘플로 제대로 된 소리 뽑기가 어렵다.

누군가의 앨범을 흉내내려고 matched EQ도 대보고 이렇게도 들어보고 저렇게도 들어봤는데, 아예 원본을 안 들어본 상태에서 시작하고 나서 나중에 원본을 들어보면 차라리 원본을 모르고 시작한 게 더 나을 때도 많았다. 난 그냥 나니까 나대로 하면 (적어도 내가 듣기엔) 훨씬 좋은 소릴 낼 수 있지 않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