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a Boogie Mark V 25 Watt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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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이 나왔다는 얘기를 딱 듣는 순간, 6L6GC 4개 붙여 만들던 기존 모델과 달리EL34 2개를 붙여서 만든 것인가보네. ‘전원 트랜스/출력 트랜스, 그리고 샤시와 출력관에서 단가를 줄이면 마진도 줄어들텐데 어쩔 생각이지?’ 란 생각을 했다. (여기서, EL84 4개를 붙이는 AC30은 30와트인데, EL84 2개는 어떻게 25와트가 가능한 것인가, 실제로는 15와트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올만 하다. 15로 쓰고 25로 읽으면 맞습니다 맞고요.)

메사 부기에서 불경기에 직면한 것인지 최근 들어 저출력 앰프를 발표하고 있는 게 좀 신기하다고 느끼고 있다. 어차피 대출력으로 만들어도 잘 팔았지 싶은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앰프를 수공으로 만든다는 것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한 것인데, 그것을 여태 해오고 있고 따라서 대출력 앰프를 만들어서 ‘와트값’ 정도 빼 줘야 되지 싶었는데 이런 저출력 앰프를 만들면 회사가 원가절감에 성공했다든가 아니면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 생산을 해야 되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보니, 고작 TriAxis를 빼고는 여태 변변한 메사 부기 앰프 한 대 가지지 못했던 내가 메사 부기의 순이익을 걱정해 줄 처지는 아닌 것 같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PCB 작업까진 자동화가 된 것 같고, 표면실장되는 부품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큰 부품들을 쓰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땜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 보이긴 한다. 조립해놓은 결과물을 보면 더더욱 고가인 Diezel의 물건들과는 다소 비교된다. 어차피 잘 안되면 뜯어서 다시 만들어도 되는 DIY 앰프들은 배선이고 납땜이고 제맘대로 되어있다만.

기존의 Mark V 대비 채널도 하나 줄였다. 채널이 하나 줄었다고 하기 보단, 사용 빈도가 낮은 모드 3개를 빼버리고 실제로는 실속형 모델로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없어진 모드들은 클린톤과 크런치 사이에 어정쩡하게 있던 이래 저래 좀 애매한 모드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팬더의 클린 톤인데 좀 게인이 높은 모드라든가 팬더의 클린톤 보다 좀 두텁지만 약간 더 게인이 있는 (이게 사실 FAT으로 불리는 모드인데, Mark V에만 있는 Edge라든가 Mark I 모드도 따지고 보면 대동소이하다) 그런 모드 들이다. 그래서 Clean/Fat/Crunch 모드만 살아남고 나머지 Tweed/Edge/Mark I 모드들은 빠졌다. 쉽게 말해 이들 모드는 Clean 채널의 게인을 잘 만지면, 또는 크런치 모드의 게인을 잘 만지면 나오는 소리다.

기존 Mark IV만 놓고 보더라도 채널이 3개인데 말이 채널이 3개인 것이지 실제로는 리드톤 회로를 쓰냐 안쓰냐에 따라 2개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고, 여기 저기에 스위치를 넣어서 톤과 증폭률을 살짝 살짝 다르게 할 수 있게 한 것 뿐이다. 어떤 이의 마케팅 문구를 보면 마크 V가 앰프 시뮬을 쓰지 않으면서도 9개의 톤을 가지고 있다는 소릴 하던데, 톤의 기본 골격은 채널이나 모드에 상관없이 팬더의 클린 채널이라는 면에서는 모두 같고, 메사 앰프의 특히 마크 씨리즈의 핵심인 Mark IIc+때부터 들어가기 시작한 2단짜리 리드 회로와 EQ도 근 30년간 한결같다. 그 점에서 있어서 마크 씨리즈는 판 수만 올라갈 뿐 소린 달라진 게 없으면서 쓸데 없이 많은 스위치들과 볼륨 노브들만 점점 많아지고 있구나 싶다. John Petrucci 약발이 앞으로도 잘 먹혀야 될텐데..

출력은 스위치를 여기 저기 많이 달아서 마케팅하는 메사의 방법대로 EL84를 triode로 굴려서 파워를 떨구기도 하고 별도의 plate 저항을 붙여서 파워를 떨구기도 하는 식으로 출력을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해놓았다. 내 경험상 주택지에서 실효출력 1와트로 기타를 쳐도 이것이 꿈속에서 들려올 듯한 아름다운 천사의 음악이 아닌 이상 이웃의 눈치를 봐야한다. 메사부기의 공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의 페탈루마만 하더라도 작은 도시라 또 메사부기 공장이 있는 곳이라 용인이 되는지 모르겠다만 (흔히 생각하는 남 캘리포니아가 아닌 한참 북쪽의 다들 아는 나파 벨리보다도 더 북쪽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다).

또 Cab clone DI라고 스피커가 연결되어있으면 출력단 (출력 트랜스 2차) 전압을 받아오고, 스피커가 연결되어있지 않으면 더미 로드로 받아서 그 전압을 가지고 동작하는 별도의 스피커 시뮬 회로를 메사 부기가 얼마전에 상품화했는데, 이것을 앰프에 넣어두었다. 기존에 더미로드를 붙이는 일은 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새로 시작한 것 같다. 스피커 시뮬레이티드 출력은 그 옛날부터 메사 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하던 것인데, 아날로그 필터로 스피커를 흉내내려면 액티브 EQ 회로 (증폭소자가 붙는 필터)가 있음 편할텐데, 이 물건은 독립적으로 있을 때는 전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수동 부품으로 필터를 꾸며 넣은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더미로드를 붙이든 붙이지 않든 출력단에서 전압 하나를 떼와서 전압을 적당히 떨군 뒤에 bandpass filtering을 하는 것인데, 스피커스럽게 하기 위해서 1~5kHz 특정 지점에 peak을 두고 open back이나 closed back이냐에 따라 peak의 크기와 중심 주파수를 이동하게 만들어놓았음이 확실하다. 얼마나 마이킹한 것과 비슷하냐고 물어본다면 (원가와 노력을 고려할 때) 2차 RC회로 몇 개를 이리 저리 이어붙였을텐데 (cab clone이 전원 없이 동작하는 것이니 passive filter임이 확실하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하고 싶다. 즉, 메사부기’라는 네임 벨류를 떼버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쉣’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간단한 회로로 스피커 시뮬이 되는 거라면 스튜디오에서 마이킹을 하거나 컴퓨터가 캐비넷+마이크 IR을 convolution하는 노가다를 하는 것은 미친 짓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메사 부기 사운드의 근간을 이루는 Mark V의 사운드를 그중에서도 실속형 채널만 챙겨서, 그것도 실속형 출력인 25와트로 1천불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장점아닐까 싶다. 합주실에서 단지 실력을 사운드로 커버할 요량으로 엄청나게 무거운 100와트 헤드를 들고 다니는 이들에겐 즐거운 소식일 수 있겠다. 물론, 중고 Mark III, IV 콤보도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어찌보면 캐비넷을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면 이 역시 실속있다고 하기도 뭐해보이긴 한다. 게다가 6L6GC가 주는 육중함과 EL84가 주는 건조하고 매마른 느낌의 똘똘이(?) 삘의 차이도 있거니와.


추가: 아마존에 뒤져보니 카피 앰프의 대명사인 부게라(Bugera)의 3channel, 2x12, 120Watt 진공관 콤보 앰프가 499 달러에 팔리고 있다. 쉽게 말해 2x12 케비넷 값으로 120와트 콤보를 사는 격인데, 대충 봐도 이 바닥도 엄청난 가격 경쟁이 시작되어 잘난 메사부기라도 버티기 힘들지 싶다. 그래도 이 25와트 헤드는 지금 $1300 정도 하는 것 같으니 아직도 메사부기가 마진율은 엄청나게 높아 보인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