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버솔드 (Jamey Aebersold) 씨리즈 좋네요.

재즈 음반을 찾으러다니다가 이런 연습용 카라오케 씨디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씨디만 들어봤을 때는 순전히 그냥 backing track인 거다. 그런데, 책이 같이 따라오는 줄은 몰랐다. 불행히도 CD는 보조 교재이고 책이 본 교재인 것이다. 아, 이럴 수가! 알고보니 정식 재즈 교습 자료 되겠다. 색소폰 주자이자 음악 교육자라는 Jamey Aebersold가 엮은 자료다. 씨디만 들어보면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귀로 듣고 곧바로 따라 들어가야 되나보다 해서 사실 쳐다도 안봤는데, 시리즈 1부터 책으로 보니 아주 좋다. 음악 전문가나 작곡/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음악이든 일반인도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더구나 재즈 음악이라면 나름 매력이 충분하지 않을까? 단지 어찌 배워야할지 막연하고, 그렇다고 돈을 내고 정식으로 배우기엔 일반인으로서는 좀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더구나 (혹자의 경험을 빌자면) 이름이 알려진 선생님한테 찾아가면 그저 연습시키는 것으로 시간을 다 떼우고, 본인이 긴 시간 동안 갈고 닦은 lick만 살짝 보여주고 (너도 할테면 해봐하고) 끝나는, 쉽게 말해 이름 값을 하시는지라 혼자 하는 것만 못했다라는 얘기만 많이 들었다. 전체 시리즈가 100개가 넘어서 그중에 초심자용 3-4개만 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재즈를 좀 깊이 배우려는 초보자의 입장에서 순서를 따지면 1, 2, 3, .. 이런 순서가 아니라 1, 24, 2, .. 뭐 그런 순이다. 물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사실 순서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내가 보기에 잘 하겠다 맘 먹으면 기본기와 관련된 씨리즈는 여러 번 반복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책 내용을 읽어보니 여러 가지로 친절하고 배우기 좋다. 이론이야 수 많은 책들에서 나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얘기들이 여기 저기 나와있고, 무엇보다도 ‘첨엔 좀 엉터리겠지만 다들 이렇게 배우다가 큰 사람 된 거야’ 이런 조언들이 자주 나오는데, 선생님 없이 배우는 이에겐 정말 큰 힘이 된다. 사실 이런 비법은 비싼 선생님한테 배우는 줄 알았는데, 만일 배운다고 해도 그게 내것이 되려면 책으로 배우나 선생님한테 배우나 비슷한 시간이 들지 싶다. 음악교육을 전공자처럼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실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이 내용을 잘 습득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다. 피아노를 잘 치는 것, 특히 이들은 음감도 좋고 시창/청음이 뛰어나니까 (이게 이들에겐 입시에 필요한 능력이니) 기본기에 있어서는 사실상 음악 전공 입시 준비를 해본 적 없는 일반사람에겐 쉽지 않은 벽이지만, 막상 improvise 하라고 하면 이들도 훈련받지 않았다면 쉬운 문제가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해, 영어를 책으로 배우면 어린 애나 대학원 졸업자나 제대로 말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듯, 음악도 책으로/이론으로/악보보고 연주하는 것에 올인하며 교육 받으면 정작 자기 곡을 쓰라면, 또는 자기 쏠로를 하라면 오히려 일반인보다도 형편없을 수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는 대가들이 정식 음악 교육기관에서 코스를 제대로 밟은 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실전으로 갈고 닦은 이들이 결국에 영원한 승자로 남아있음을 우리 귀로 잘 들어 안다. 여기에 비록 무명이라는 이유로, 또 본인의 생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용히 강호에서 칼을 갈고 있는 고수들이 그 얼마나 많은지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학교에서 중요한 내용은 선생님한테 배우고 집에서 자습하게끔 나온 학습자료다 싶은데, 사실 누군가 같이 배우거나 분위기만 되면 꼭 선생님이 없어도 좋을 것 같다. 요샌 유튜브도 있고 세상이 워낙 발전해서 실전 뮤지션한테 직접 물어볼 방법도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