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A7을 위한 초저가 렌즈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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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A7을 쓴지 이제 2년 다 되어간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치고는 경량이면서도 센서 능력도 좋고 기능도 알찬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A7R2까지 나온 이 마당에 뭔 헛소리냐 할지 모르지만, 너무 고화소인 경우 저장하는 것도 부담되고 더구나 대형으로 인화할 이유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에겐 더 이상의 센서능력은 사실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조도가 낮은 조건에서 ISO를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좋은 기능이긴 하지만, 막상 이러한 샷을 찍는 것 보단 조명으로 조도를 올려서 촬영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시간에 따른 결과물이 돈과 연결되는 프로가 아닌 이상 너무 과한 것을 바라게 되지 않는다. 물론 A7s (II)의 엄청난 센서 감도와 동영상 기능은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다만.
A7 시리즈에 붙일 수 있는 렌즈들도 그동안 꽤 많이 나왔는데, 카메라의 위상이 높으니 렌즈도 그에 걸맞게 높아서 third party 렌즈는 거의 없고 Sony-Zeiss 렌즈에 Sony 브랜드로 발매되는 렌즈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격도 단렌즈이지만 1000불은 가뿐히 넘는 것들이 많기도 하고 말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면 21세기에 무슨 수동렌즈냐 하겠지만, 기능도 알차고 성능도 좋은 골동품 수동렌즈들이 참 좋다.
그 중 몇 가지를 꼽으라고 해봐야 한 가지 종류밖에 걸리지 않는다. 캐논에서 FD 마운트로 발매되었던 렌즈들이 많이, 또 널리 팔렸고 성능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FD 렌즈에서 꼽으라면 단렌즈는 아래의 것들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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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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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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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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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 F1.4 (50mm F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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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mm F1.8 (85mm F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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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mm F2.5
줌 렌즈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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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05mm 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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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10mm F4
불행히도 85mm라든가 200mm에서는 선택이 조금 애매해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85mm는 삼양(Rokinon)의 FE 마운트로 나온 것을 쓰고 있다. 70-210mm FD 렌즈도 함께(사용빈도는 극히 낮다))
그렇지만 매일의 일상을 85mm 이상의 망원렌즈로 남기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 내가 보기에 35mm나 24mm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50mm도 생각보다 망원같단 느낌이 들 때가 많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광각렌즈가 달려있는 폰카에 사람들이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막상 해상도도 낮추고 조리개도 조이고 찍다보면 폰카와 고가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또 번들렌즈처럼 성능은 버릴 데가 없지만 심도를 낮춰찍기 힘든 렌즈 하나만 달고 있다면 일반 사람의 눈엔 이런 고가의 미러리스 카메라는 어른의 장난감 치고는 엉뚱한 투자가 아니었나 할 수 있다. 더구나 저장을 위해 JPEG에서 손실을 높여버리면 내용 전달에 있어서 아무리 고가라도 미러리스 카메라 (DSLR은 말할 것도 없다)의 장점은 많이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대개의 스마트폰에서는 클라우드와 연계해서 찍자마자 곧바로 클라우드로 보내버리고 어디서든 쉽게 열어볼 수 있고 공유도 가능하니까 비록 와이파이 기능이 달린 미러리스/DSLR이라도 그 편리함엔 당할 방법이 없다. 그 스스로 WAN 통신 모듈을 달지 않는 이상엔. 더구나 GPS tagging까지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당할 수가 없다는 것은 고르고 골라 구입한 값비싼 미러리스/DSLR이 집에서 썩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초저가 렌즈 셋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의 활용도를 높이고 싶다면, 적어도 스마트폰과 차이를 만들어주려면 고성능(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가 높은)의 표준 단렌즈라든가 망원 렌즈, 또는 재미있는 보케가 장점인 렌즈들이 필요하다. 개성이 뛰어난 렌즈들(대개 오래전에 나온 수동렌즈일 확률이 높다)을 사용해보기 전에 캐논 FD 수동 렌즈로 시작해보자. 아마도 ebay나 중고시장을 돌아다녀봐도 FD 렌즈보다 가성비 높은 렌즈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보케가 특이하고 이쁜 렌즈들 - 주로 러시아 렌즈이거나 구형 짜이쯔 렌즈들이다 - 은 제 아무리 골동품이라도 싸지 않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지가 거의 20년 가까와지는 상황이다보니 진작부터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필름 카메라를 쓰더라도 Canon FD mount처럼 수동렌즈 마운트는 애진작에 단종되어버렸기에 미러리스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진 사실상 누가 거저 줘도 못 쓰는 수준이었다고 해야 맞다. 따라서, 벼룩시장/ebay에 단품으로 나오든 구형 카메라와 세트로 나와도 거의 팔리지 않았기에 운이 좋으면 상태가 매우 좋은 고가의 고성능 렌즈도 거저 얻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러리스 카메라+아답터가 보편화 되고 나서는 이 렌즈들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비록 구식에 사용흔적까지 있는 렌즈들이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월등히 높고 미러리스 전용 렌즈들이 줄 수 없는 재미난 보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