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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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이 검색어를 통해 유입된 트래픽이 갑자기 늘어서 찾아보니, 국내에 뒤늦게 이 영화가 개봉하게 된 모양이다. 영화를 (돈을 주고) 보기전에 괜찮은지 어떤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영화 흥행에 영향을 주고 싶은 리뷰를 하고 싶진 않아서 예전에 적어놓았던 내용을 살짝 고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란 영화가 개봉하면서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에 2008년도에 나온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환상의 빛’,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영화로 국내에 알려져있다는데, 이 감독의 영화들은 주로 가족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 모양이다. 대략 4-5개 정도의 영화들을 보면 캐스팅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키키 키린이란 분은 거의 독점이다시피 하고, 두 번째로아베 히로시도 역시나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여기에 나츠카와 유이라든가 마키 요코, ‘유’라는 배우들 역시 두 편이상 걸쳐서 등장한다.
‘환상의 빛’은 젊은 미망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병원의 실수로 6년간 키워온 아이가 다른 집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 영화는 생각지 않은 사고로 자식(큰 아들)을 잃은 노부부가 그 자식의 기일에 딸과 아들 부부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걸어도 걸어도’라는 제목은 영화 내용과 어찌 연결시켜야 할지 잘 와닿지가 않는데, 극 중에 보면 노 부부의 추억이 담겨있는 한 옛날 노래의 가사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아베 히로시 주연으로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나츠카와 유이와 부부로 등장한다. 이 커플은 ‘결혼 못하는 남자’(2006)에서는 끝내 결혼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부부로 등장하고 나츠카와 유이는 미망인으로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아베 히로시와 가정을 이룬 것으로 나온다.
내용을 보면 10대나 20대가 본다면 영화 속에 숨어있는 많은 요소들을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들을 잔잔하게 감정 연기, 대사속에 녹여놓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Going my home”이라는 같은 감독의 드라마도 시청자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영화가 끝이 날 때쯤 큰 감동을 가져다주려고 했다기 보단, 평범한 사람의 삶을 통해서 ‘가족과 인생이란 것은 요즘 이러이러하다’라고 알려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현실에서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사건 앞에서 고분 분투하는 내용을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영화들에 익숙했다면, 이런 영화는 지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다른 평범한 이들의 가정을 들여다보면서 나 자신과 내 가족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할 여유를 갖고 싶다면 이 영화는 볼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