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ux는 매우 흔한 OS가 되었네..

나이가 어렸을 땐 운영체제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은 게 잘해봐야 Apple DOS 좀 나가서 MS-DOS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얼마 안가서 고가의 컴퓨터라는 웍스테이션들을 만지게 되면서 unix라는 운영체제를 알게 되고 당시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면서 e-mail이며 news group 또 초창기 웹브라우저라고 하는 Mozaic같은 것을 이용하면서 바다 건너에서 컴퓨터를 하는 이들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학교/연구소 사람들이 많았다)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쩃든 Unix라는 환경은 내게 있어서 인터넷을 처음 알게 해준, 네트웍의 세계를 처음 알게 해준 운영체제이기도 하고, 당시 MS-DOS를 쓰던 이들에겐 다소 놀라운 multi-tasking이라는 개념도 알게 해준 운영체제이다.

지금도 컴퓨터를 깊게 다루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윈도우즈에만 익숙할텐데, 이 시절부터 사실 운영체제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고가의 소프트웨어/고가의 장비에나 탑재되던 unix가 Linux라는 이름으로 저가의 PC에도 쉽게 탑재가 되면서 개인이 unix라는 체제에 접근하기 한결 쉬워졌던 기억이다. 그렇지만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할 수 없고 X가 있다고 하더라도 윈도우즈에 비해서 미려함이라든가 어떤 GUI의 완성도, 또 브라우져가 그리 아름답지 못했던 관계로 집에서 사용할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MacOS가 제대로 보급되면서 미려한 GUI와 unix환경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실상 지금은 답답한 윈도우즈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고, 대부분의 일은 MacOS를 통해서 하게 되고 소형 컴퓨터에 해당하는 Raspberry PI 같은 것들, 또 저전력 arm을 쓰는 개인장비는 모조리 Linux하에서 돌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소형기기들에도 보급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어찌보면 Linux의 변종격인 셈이니까 세상은 사용자의 빈도가 가장 높은 윈도우즈와 나머지는 unix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체제들로 양분이 되고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흐름이란 게 그렇게 빠르기 때문인 것인지 대략 20년전의 고가 장비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을 이젠 손바닥보다 작은 장비에서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 20년 후를 보면 지금의 고가 머신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손바닥만한 기기에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럴 수록 좀 공포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지금의 고가 장비에서 할 수 없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고 그것이 외부 세계와 네트웍을 통해서 주고 받는 데이터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을 보면, 정말로 그 옛날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던 상황, 인간들이 모두 기계에 의해서 감시 받고 조종받는 시대가 머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종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이 컴퓨터가 통제하는 로봇이 된다는 것 보단, 인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고력, 판단력, 지능들이 모두 컴퓨터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란 말이다. 지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매 순간 모자른 지식을 더 하기 위해 엄청나게 검색해대고 있는 것을 보면, 20년 후의 HUI라는 것은 불편하게 화면을 터치하거나 인식률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음성인식이 아닌 뇌파인식이라든가 ‘원격 마음 읽기(?)’ 이런 게 가능해지는 세상이 될테니까 그저 사람들은 인류 지식의 보고에 접속할 장치만 있으면 사고력이나 판단력, 지식을 특별히 단련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 기계에 완전히 의존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인간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0%에 가깝게 하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잘못된 판단, 잘못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말이다.

지금도 수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자율 주행 차량만 해도 그것이 잘만 만들어진다면 이제 도로에서 교통사고 때문에 여기 저기 전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될 필요가 없게 되고, 음주운전을 해서 곤란을 겪게 될 일도 없고 말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20년 전엔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운전을 인간 스스로 해왔다며 놀라워 할 지도 모른다.

두뇌가 컴퓨터 네트워크와 곧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인터페이스가 개발된다면 그것은 정말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리라 본다. 아무리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당장 기계와 인간과의 걸림돌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다루는 일 아닌가? 이 장벽이 제거되면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더 이상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local memory(=두뇌)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네트웍에 연결된 클라우드의 엄청난 지식과는 겨룰바 못 될테니 말이다.

그러면 그럴 수록, 과거의 진부한 지식들로 머리를 채우는 것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또 어떤 물리적인 힘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나 능력보다는 인간의 창의력 그 자체가 더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두뇌와 기계가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은 손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 필요도 없고 어떤 음악을 악기로 연주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인터페이스의 초창기엔 그저 머릿속의 메시지를 인식해서 글자로 바꿔주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가능한 표현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고, 손과 발을 잘 쓰는 것보단 기계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S/W 개발자가 컴퓨터와 소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