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깨닫음..인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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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이라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충격에 몰입이 될 수 있다. 그 상황이 나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라면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처리 순위가 0 순위에 놓이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 상황의 ‘어처구니 없음’이 사람을 분노하게 만든다. 불행히도 그 분노를 통해서 상황이 해결되진 않는다. 그게 본인이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분노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어처구니 없다’라는 표현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타인의 문제였다면, 해결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없으니 그러려니 했겠지만, 생존과 관련된 문제 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은 생명체로서 도저히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다시 말해,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는 사실이 양립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한편으로 인식이 되지만, 생존이 결부된 문제라면 생명체는 어떻게든 해를 구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더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가 풀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풀지못하면 나는 죽게된다.’가 되는 것이다. 열심히 해결책을 찾다가 답이 없으니 말도 안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하고,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더러는 단식을 하기도 한다. 이 고착 상태는 이 사람으로 하여금 이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더욱 더 몰입하게 만든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극단적인 풀이방법을 생각해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나 자신을 둘 다 없에버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해가 얻어질 수 없는 조건에서 점근적으로 방정식의 해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동작시킨 것과 같다. 불행히도 이 프로그램은 해를 찾지 못하면 빠져나오는 기능을 넣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생존에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답이 안나타난다고 중지할 수 없다.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매일 같이 해를 얻기 위해 시스템은 고된 노동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잠깐. 이것은 우울증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빨리 힘을 되찾고 싶다면 제대로 병원에서 치료받기 바란다.)
단순히 무한 루프에 빠진 것이면 다행일텐데, 예전 같으면 얻어졌어야 할, 혹은 해결되었어야 할 문제가 계속해서 나의 목을 졸라온다면, 시스템은 더 많은 부하를 받게 된다. 1차 방정식으로 안되면 2차, 3차, …, 시스템은 그것에게 허락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서라도 풀어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당연히 이 생존의 문제를 푸는 일은 시스템의 모든 우선 순위의 가장 위에 놓여있기에 그동안 이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처리하던 일들 조차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규칙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밥도 먹어야 되고, 운전도 해야 되고, 소지품도 챙겨야 되고, … 그러나, 이러한 일들 조차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에너지는 당연히 대부분 내 생존 문제를 골몰하는데 쓰여지니 기분은 늘 바닥을 치고 이러다보니 머릿속은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느라 아무런 여유가 없다. 늘상 자연스럽게 하던 일도 실수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해서 실수가 하나 둘 씩 늘어가면 이 사람은 풀어가야 할 생존의 문제가 더더욱 복잡하게 되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것도 화가 나는데, 계속해서 이것 저것 실수하게 되면 자책감과 자기비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시스템은 탈진상태에 이르게 된다. 시스템의 모든 부하가 총동원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중지해야 맞는데 그럴 수 없고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탈진 상태에 이른 사람에게 냉철한 판단을 구할 수 없다. 결국, 이 시스템은 안그래도 해답을 못 찾고 있는데, 또 그 때문에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책을 하며 지내왔는데,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다보면, 이것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인과관계로 설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결국 이 시스템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의한 우울, 또 언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모를까 하는 불안, 그리고 그동안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이란 무기력의 늪에 빠져버리게 된다. 시스템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3박자를 고루 갖추게 된 셈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1) 나라는 시스템은 답이 없는 방정식을 미친 듯 풀어내고 있었다.: 문제를 풀 수 없음을 선언하고 작업을 종료해야 한다. 시스템을 과열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2) 그동안의 실수는 내가 폭주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시스템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스스로를 탓하지 말아라.
3)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이고 그들에게도 별다른 해법은 없었다. 그동안 문제 푸느라 수고가 많았다.: 앞으로 할 일은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과열로 불타버린 내 시스템을 복구하는 일 뿐이다.
4)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챙기고 봐야 한다.: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5)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나의 시스템에게 상을 줘야 한다.: 쑥밭이 되었든 간에 일단 즐겁고 볼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적어도 작은 희망 하나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우울과 불안, 무기력의 악순환의 고리는 깨어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에게 찾아온 시련을 있는 그대로의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내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모두 뒤엎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집착과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내 밖으로 던져놓을 때, 나에겐 여분의 정신에너지가 생기고 그것으로 나를 먼저 돌보고 그렇게 서서히 회복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점점 이 사람의 숨통을 조여오게 되면, 이 사람의 생각은 어디로 발전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신적인 탈진 상태가 지속되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잘 수도 없고 그러다보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탈진하게 된다. 당연히 이전에 저지른 실수보다도 더 큰 실수를 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고, 이 사람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파묻히게 된다. 그 감정적인 괴로움은 악순환을 통해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것은 이 사람을 스스로 죽음으로 몰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기 전에 몸과 맘이 모두 탈진되어 초자연적인(?) 현상도 경험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다 보니 현실이 아닌 내세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다양한 종교에 의지하게 될 수도 있다.스스로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자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과 스스로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지극히 보편적인 인과관계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단 벗어났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것이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나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이가 초인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과대망상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길이 되었든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지 못하는 이상,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시스템에 정궤환이 일어나게 하여 스스로를 폭발 직전의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소한 일 하나에 엄청나게 큰 의미를 부여해서 그것에 의하여 온 정신이 사로잡히고, 그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고, 또 그 저질러진 실수에 큰 의미를 부여해 골몰하면서 정신적인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떤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폭주하게 되더라도 그 시스템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제한된다면, 그 스스로의 이상상태를 제어할 만한 워치독이 제구실을 한다면, 이 시스템은 엄청난 과부하 상태에서 스스로를 녹여버리게 될 만큼 폭주할 수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폭주해버린 나머지 시스템이 수명을 일찍 다 하게 되거나, 아니면 강제 리셋상태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적어도, 생존의 욕구가 강하면 강할 수록, 우리 자신이 크게 불안정하게 되면 다각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분석하게 만들고, 그것도 쉽지 않을 때는 현재의 시스템을 흔드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적어도 이런 폭주상태에서 스스로를 태워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주 아주 다행스럽게도 폭주의 원인을 찾고 그 폭주의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오는 순간, 내 자신이라는 시스템은 가까스로 안정을 찾고 비정상적인 과열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단계로 진행한다. 아쉽지만 폭주하는 동안 태워버린 내 자신과 엄청나게 소모된 에너지는 온전히 되찾을 수 없겠지만, 나 자신은 이 담금질을 통해서 더 많은 시스템 부하를 견뎌낼 수 있게 변한다. 스스로의 폭주 상태에 대해서 더 민감해져서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과열 상태에서 불타버린 부분들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회복된다. 예전보단 시스템 불안정에 유연히 대체할 수 있는 조직으로. 아쉽지만 녹아내린 흔적까지 사라지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