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어렵다..(1)
on
오랜 시간 목회를 하신 목사님에게 기도중에 하느님과 대화가 가능하신가 물어봤다. 그렇지 않다고 하신다. 잠시 내가 욕심이 과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난 태생적으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일도 상상하지 못하면서 살았기에 내 문제를 들고 절대자에게 맡기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것이 종교를 믿는 대다수의 중생들이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데. 나도 따지고 보면 종교를 오래도록 알아왔고 그저 교리나 이해하는 수준으로 왔다갔다 하긴 했지만 제대로 기도해 본 적도, 말씀의 의미를 묵상한다거나 내가 종교를 통해 내세에 구원받을 자격이 된다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습관적으로 나가고 있던 교회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구원 받지 못할텐데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절대자를 만나러 오는 곳인데 여태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왜 나오는 것일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빌면 내가 그 응답을 받을 수 있을까?’
교회를 나가고 있는 사람이지만 구원을 확신하지 못하고, 하느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하고, 기도의 힘을 믿지 못한다면 사실 교회를 잘못, 괜히, 헛 다니고 있는 게 맞다.
주입식 교육을 받듯이 교리 공부를 하고 생각없이 말씀을 읽고 외웠으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간할 줄만 알 뿐, 내가 왜 교회를 나가고 있고 신자의 권리를 다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다니는 것이다. 정작 구원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나 스스로 아무런 실체를 느낄 수 없는데 말이다. 이것은 군중 심리도 아니고 도무지 무슨 심리인 것인지. 나야 말로 정말로 생각없이 살아온 사람일 뿐이다.
종교를 통한 긍국적인 목표인 구원은 전혀 확신하지 않지만, 그저 교회를 다니며 세상을 살아가면 그래도 좀 덜 망가지고 덜 세속화 되는 것 아닌가 막연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교회라도 다니고 있으면 욕먹는 짓은 좀 덜 하면서 살겠지 뭐 이런 거다. 순전히 죄를 덜 짓게 되거나 덜 짓게끔 수시로 교육을 받는다거나뭐 이런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