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어렵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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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교회는 가고 싶은 맘이 내키진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그보다 덜, 혹은 그보다 자주 왔다갔다 하며 살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나에게도 흔히 말하는 그 ‘시련’이란 게 왔다. 그것도 장기간. 나의 멘탈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그런 문제가 찾아온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던 일이 떡하니 생겼다는 것이다.더더욱이나 이 문제는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크게 악화가 될 뿐, 예전에 나에게 닥쳤던 다른 문제들처럼 시간이 가면 점점 호전되거나 대충 흐지부지 되었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안좋아지는데 나는 수습은 커녕 나대로 미쳐 돌아가고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문제에 계속해서 봉착되는 매일 매일을 겪었다.
처음엔 내가 그동안 살아오던 방법대로 어떻게든 내 머리로 해결하려고 했다. 아쉽게도 내가 할 수 있는 시도란 시도는 다 해봤지만 안됐다. 나의 양심 껏, 나의 양심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약 3달간 이 노릇을 했는데 결과는 안좋았다.
두번째는 타인의 도움을 빌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봤다. 얘기도 다 들어봤다. 별 다른 답을 얻지 못했지만 너무 답답해서 내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라도 했으니 그나마 약간의 도움은 되었다. 역시나 이렇게 3달을 소비했다.
결국, 그동안 내가 전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교회로 갔다. 늘 그랬듯 나의 접근은 소극적이었다.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기도란 것을 해봤다. 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 날마다 강도를 높였다. 역시나 내 안에 쌓은 덕이 없으니 풀릴리 만무했고, 하느님이 날 특별 대우하실리 만무했을테니 풀리는 것이 없어서 어느 날은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불안한 어느 날은 온 종일 안절부절 못하면서 빌었다. 역시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내 스스로 교회에 들락거린 것만도 십수년이고 허접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도 많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도 전혀 없고 이해하는 바도 전혀 없고 정작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난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할 것들만 주입식으로 알고 있었을 뿐, 이게 맞느니 저게 맞느니 하면서 교회를 다니는 시늉만 했던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어려운 일이 없었다는 뜻도 되고, 돌이켜 보면 어쩌다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세상을 쉽게 사는 길로만 걸어왔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고통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되든 안되든 뒤늦게나마 내가 전지전능하신 분께 어떻게든 도움을 청해야 했고, 어떻게 이쁨을 받는지는 모르지만 사랑을 받는 방법을 알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도 말씀드려보고 저렇게도 말씀드려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있었다. 소위 큰 사랑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간증도 들여다보고 책도 읽어보고.
아마도 하느님이 내 이런 모습을 봤다면, ‘이 놈이 정말 제대로 힘든가보다.’ 하셨을 것이다. 이 분은 내가 고통에 대해서는 엄청난 약체로 살아오신 것을 잘 아실텐데, 나의 맷집을 아신다면 진작에 응답으로 시련의 늪에서 건져내주셨어야 맞을텐데 여태 아무런 응답이 없으신 거다.
흔히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들 얘기한다. 그 분은 형제님을 위해서 계속해서 말씀하고 계신다. 그런데 형제님이 ego에 가려 그 분의 말씀을 못 듣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형제님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은 형제님이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한다. 또는 형제님이 머리로만 주님을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받아들이셔야 한다. 등등등..
어차피 난 이미 급할 대로 급한 지경이기에 그 사람들의 말이 맞든 틀리든 과연 그럴까 하고 또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했고 또 했다. 쌍코피가 터지는 그런 무대뽀 정신은 아니었다만.
작년의 내가 체중 감량을 위하여 다양한 생체실험을 했다면, 올해 난 내 인생에 문제 앞에서 일종의 정신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