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줄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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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줄 기타에 대해서 평소 이해하던 바는 6줄 기타에 같은 음, 같은 굵기의 6개 줄을 더하고, 그 각각의 두 줄의 음이 완벽히 같지 않아서 거기서 일어나는 맥놀이 현상으로 일종의 chorus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였다.
역시나 어설프게 아는 게 위험하다고 했던가, 실제로 그렇지 않다.
높은 음을 내는 두 개의 줄 (1번 2번줄)에는 위에 얘기한 대로 같은 굵기의 줄을 한 개씩 더 넣어서 같은 음으로 튜닝하지만, 나머지 4개의 줄은 게이지가 가는 줄을 더해서 한 옥타브 높은 음을 내도록 한다.
즉, 낮은 음 순으로 E-A-D-G-B-E의 튜닝을 하게 되어있는 6줄 기타라고 보면, B-E는 같은 굵기의 줄을 더해서 같은 음으로 튜닝하고 나머지, E-A-D-G에 대해서는 가는 줄을 더해서 한 옥타브 높은 음을 내도록 튜닝한다.
이들의 굵기는 가장 높은 음의 줄의 굵기를 대략 010 게이지로 봤을 때, 008, 010, 014, 023 정도가 된다. 숫자에서 보듯이 G가 가장 아슬아슬해 보인다. 008 게이지는 E로 튜닝할 땐 매우 느슨한 느낌이 있는 줄이지만, 그것을 G로 튜닝하면 실제로 3음이 높아지는 것이라 그렇다. 12줄 기타에서 실제로 가장 높은 음이된다. 다시 말해 가장 아랫쪽에 있는 E가 아니라 중간에 있는 G가 가장 높은 음이 된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충 예상하면,
- 높은 음인 B-E는 높은 음이고 같은 음으로 튜닝하니 맥놀이의 효과는 크지 않다.
- 대신 낮은 줄인 E-A-D-G는 한 옥타브 높게 튜닝하고 실제로 주파수에서 보면 높은 음일 수록 약간의 음 틀어짐에 의한 주파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므로, 맥놀이 현상에 의한 효과는 낮은 줄에서 커진다.
Chorus와의 차이는 여기서 생긴다. Chorus는 단순히 정해진 만큼의 주파수로 전체의 음을 틀어버리기 때문에 그 맥놀이 현상이 획일적이된다. 즉, 틀어지는 주파수의 정도가 모든 음높이에 대해서 같기 때문에, 각각의 음에 대해 cent (1/100 tone)로 생각해 보면 낮은 음 일수록 많이 틀어지고 높은 음일 수록 작게 틀어진다.
6줄 기타로 12줄 기타처럼 연주하려면 두 개의 기타로 더블링을 하면 된다. 한 대의 기타로 줄을 바꿔가며 하기엔 좀 많이 번거롭다. G음을 내기 위해서 008 게이지를 따로 구하기도 좀 애매한데, 009 게이지로는 나름 버틸만 한데 장력이 좀 강한게 다르다. 한복판에 있는 줄의 장력이 크단 건데, 스트로크를 하면 사실 힘을 크게 받는 것이 가운데 줄이기도 하니까 더 그러하다.
어떤 이는 이 두대의 기타 중 하나는 12줄 기타를 흉내내기 위해 특이한 튜닝을 하게 되므로 그것을 Nashville tuning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낮은 줄에서 높은 줄로 가면서 점점 음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느낌이라 평소 일반적인 6줄 기타로 연주하듯 하면 재미있는 소리가 나게 된다. 그러니까 한 옥타브 낮은 소리가 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에서 한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는데다 장력이 약간 낮다보니 그 음이 느슨하게 (마치 밴딩이 된 듯) 나게 되니까 그에 의한 옛날 기타 소리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기타로 같은 소절을 두번 연주하고 둘 중 하날 단순히 pitch shifter로 한 옥타브 올린다고 같은 느낌이 나진 않는다. 더구나 같은 트랙을 카피해서 하나를 pitch shifter를 걸어주거나 아예 실시간으로 걸어버리면 복사된 나머지 pitch의 음의 위상이 늘 같은 차 (0아니면 사용자의 세팅값)만큼 틀어져있으니까 여전히 멍청하고 엉성하게 들린다. 이게 연주할 때마다 random해야 귀에 즐겁게 들리는데 늘 같으면 귀는 멍청한 소리로 인식하게 된다.
12줄 기타를 갖거나 6줄 기타 두 대를 쓰거나 두 번 쳐서 녹음하고 둘 중 하날 pitch shifter를 걸어주거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 내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