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을 길게 끄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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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재미삼아 30년 묵은 Joe Satriani옹의 “Flying In a Blue Dream”을 작업해 봤다.
예전엔 이런 누군가의 곡을 커버하는 경우에 하루나 이들에 다 마쳐버리는 안좋은 습관이 있었어서 그것을 버리느라 좀 애를 먹었다. ‘아 예전엔 이런 거 하루에 다 해치웠는데 지금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바보같다 생각하는 것인데, 기억을 잘 되살려보면 그때라고 DAW를 잘 썼을리 없고 연주력이 그때 갑자기 좋았을 리도 없고 완성도고 뭐고 다 엉망인데 스스로 장하다 생각하고 끝냈을 뿐이다. 실제로 좀 신경을 썼던 cover들은 일주일도 더 걸렸던 것 같고 그래도 지금 다시 들어보면 허접하기 그지 없다. 뭐 그런 의미면 지금도 역시나 허접하기 그지없다.
이것을 커버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타의 음을 길게 끄는 것인데, 죠 옹의 비디오를 보면 좁은 방에 앰프 캐비넷과 서스테인이 특별히 좋은 것으로 고른 기타를 들고 들어가서 피드백을 시켜 녹음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게 온전히 그렇게 되었을리 없어 보이는 것이 음을 끄는 곳이 생각보다 많고 한음으로 시작해서 그걸 길게 끄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프레이즈의 끝이 길게 가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단 것이다. 더구나 피드백을 걸려고 하면 앰프 게인도 게인이지만 자동차 엔진으로 치면 시동걸 때 전동모터가 돌아서 도움닫기를 하듯 어느 정도 음을 끌어주는 컴프레서 같은 것을 써줘야 하는데 이걸 같이 걸어놓고 프레이즈를 연주하면 다이내믹이 확 죽어서 치는 맛이 싹 죽기 때문이다.
이 앨범의 녹음은 엔지니어가 여러 가지 팁을 썼을 것으로 보고있고 라이브 연주는 그동안의 비디오 클립이나 라이브 앨범을 들어봤을 때 공연장에서 피드백이 잘 걸리면 그걸로 버티고 안되면 계속 피킹해서 음을 지속(?)시켜주다가 서스태니엑 시스템을 들여온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sustaniac은 나온지가 오랜데 죠 선생이 이걸 몰랐을리는 없을 것 같고 기타를 개조해야 되니 눈치만 보다가 아이바네즈에서 정식으로 만들어준게 아닐까 한다만.
sustaniac은 장착하기 좀 뭐하고 넥 픽업을 바꿔야 되니까 멀쩡한 기타의 넥픽업을 뜯어내고 작업하기 솔직히 뭐하다. Sustaniac set을 사지 않고 DIY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역시도 주무기로 사용하는 기타에 작업하기가 뭐한 것이다. 개조를 한 두번 해보면 개조를 아주 잘해도 개조한 것은 개조한 것이니까 그 기타에 대한 애정이 좀 떨어진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픽업을 바꾸는 것도 비슷한 문제다. stock pickup이 맘에 안들면 그냥 그 기타를 처분하는 게 낫다. 픽업만 바꿔쓴다고 해봐야 결국에 그 기타가 맘에 안들어 처분할 때가 되면 다시 픽업을 원상 복구해야되고 골치아파진다. 픽업만 교체했으니 더 비싸게 사 달라 하면 먹히지 않는다. 그 기타가 싸기 때문에 구매자가 입질하는 것이지 싼기타에 고가 픽업을 박아놨으니 비싸게 사달라?고 해서 그 바램이 통할리 없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음을 길게 끄는 방법들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내가 소개하려는 방법은 딜레이의 freeze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Freeze 기능을 설명하기 전에 delay라는 이펙트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딜레이라는 것은 입력 신호를 긴 버퍼에 저장하고 딜레이 타임만큼 이전에 저장된 샘플을 읽어와서 내보내는 것이다. 이것을 현재 입력과 섞어서 echo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메아리는 울려퍼지는 성질이 있으니 이것은 과거의 소리를 현재의 입력으로 다시 집어넣는 feedback을 통해 구현한다. 즉, 옛날 소리를 읽어와서 그 소리의 일부분을 다시 현재 입력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예전과 같은 크기로 입력하게 되면 사실 딜레이는 발진 하거나 발산하지만 예전 보다 작은 음으로 넣어주면 서서히 감소하는 에코가 된다.
Freeze 기능은 소위 이 delay 버퍼를 얼려버리는 것이다. 즉, 딜레이 버퍼에 새로운 입력을 써넣는게 아니라 버퍼에 있는 값을 계속해서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버퍼에 같은 음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을 잘 잡아놨다면 freeze on 상태이면 이 부분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라 마치 한번 울린 음이 계속해서 지속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DAW의 오토메이션을 이용해서 freeze 할 부분의 구간을 포착해서 freeze하고 원하는 음 길이 만큼 지속시키는 것이다. Delay가 구동되는 것처럼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wet을 0으로 낮춰두었다가 음이 지속되는 구간에서만 키워준다. 어차피 녹음된 소리는 sustain이 얼마 없기 때문에 금방 decay하게 되지만 이 비율에 맞춰서 wet을 키우면 감쪽같진 않아도 음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기타를 써서 음마다 서스테인을 체크하면 인접한 프렛의 음이라도 어떤 것은 길게나고 어떤 것은 짧게 나고 한다. 고가의 기타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어떤 음은 길게 나고 어떤 음은 짧게 나고 특별히 더 길지도 않고 짧은 것은 대단히 짧아서 아주 실망스럽다. 분명히 비싼 부품을 사용해서 튜닝이 유지되는 것이라든가 도장된 상태, 기계적인 안정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 소리가 내가 원하던 소리, 내가 원하던 응답이 나온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비싸서 좋을 줄 알고 구입했는데 전혀 내가 원하던 소리가 아니면 골치다. 내가 그 악기에 적응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