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궁금해한지 아주 오래된 문제인데 최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또렷하고 좋은 (동)영상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좋은 조명 + 최소한의 진동 + 좋은 초점 이게 다다.

잠시 딴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개 티비를 보면 프로가 작업한 결과물이라 영상이 매우 쨍하고 디지털 압축에 의한 artifact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압축을 심하게 하더라도 원본이 훌륭한 것들은 artifact에 의한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런 경우는 예전에 DVD rip을 해봤다거나 하면 더 잘 알 수가 있다. 원본이 엉망일 수록 결과물의 크긴 더 크고 품질은 더 안좋았다. 그 얘긴 영상에서 예측이 어려운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있다는 뜻도 된다. 무슨 소리냐고? 실제로 화각이 정해져있고 움직임이 거의 없는 장면인 경우면 압축하게 되면 품질을 거의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비율로 압축할 수 있다. 현재 장면과 다음 장면의 차이가 거의 없기도 하고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상 원본에 잡음(=예측불가요소)이 많이 포함되어있다거나 영상이 계속해서 상하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라면 압축하더라도 그 변화 요소들을 모두 기록해야 되기 때문에 결과물의 크기도 커지고 출력의 크기를 되도록 줄이려는 인코딩 방법의 특징 때문에 품질도 떨어지게 기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상의 원본이 삼각대라든가 고품질의 김벌 위에서 큰 흔들림 없이 안정되게 촬영된 것이라면, 또 충분한 조도하에서 잡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에서 촬영되었다면 고품질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작으면서도 또 촬영시의 해상도보다 낮은 해상도로 재생하더라도 여전히 고품질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많은 샘플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고급 장비를 가지고 촬영했음에도 형편없는 화질의 결과물도 있고, 저렴한 장비를 가지고 촬영했어도 매우 고급스러운 결과물을 얻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개 핸드핼드이고 삼각대나 김벌같은 것은 쓰지 않을 뿐더러 경험이 없어서인지 카메라의 이동이 매우 잦고 불필요하게 빠르다. 동영상까지 갈 이유도 없이 이런 경우는 정지영상이라고 할지라도 모션블러때문에 초점이 잘 맞아있다 하더라도 흐리게 나올 수 밖에 없고, 더더구나 동영상에서는 그것이 더 확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또 코덱의 효과를 잘 몰라서인지 편집중에 과하게 압축해서 나중에 최종결과물은 artifact로 떡이되어있는 경우도 많이 본다.

너무도 다양하고 뻔한 사실인데, 좋은 영상들을 보면 다음의 공통점이 있다.

카메라가 아무리 가벼워도 훈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선 최대한 움직임을 줄인 채로 장시간 들고 있기 쉽지 않다. 또 충분한 셔터속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때 거추장스러운 삼각대도 사용하려고 하지 않고 김벌 또한 덜 쓰려고 하게 된다.

또 어두운 곳을 촬영할 땐 잡음 때문에 소위 암부 노이즈라는 게 생기게 되고, 그게 압축을 거치게 되면 어둡고 칙칙한 것도 모잘라 잡음 때문에 우둘두둘 노이즈가 떡이 되어있는 경우가 생기는데, 빛의 절대적인 양이 많으면 아무리 암부라고 하더라도 잡음의 세기에 비해 그 빛의 양이 절대적으로 우세하게 되어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의 능력은 이러한 조건이 다 갖추어진 다음에 고민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방송국 스튜디오의 엄청난 조명 밝기를 떠올려봤다면, 그 훌륭한 영상 품질이 단순히 비싼 방송장비의 힘으로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방구석에서 허접한 실내 조명으로 최신 센서를 쓴 카메라로 어떻게든 비슷한 수준의 영상을 얻겠다는 것 자체가 심한 착각이란 것도 알게 된다. 자연광이든 인공 조명이든 그 밝기의 다이내믹은 정말 어마어마한 반면 우리 눈은 그 엄청난 다이내믹에 잘 적응하게 되어있어서 그 위력을 잘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