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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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Wind and Fire의 유명한 곡 “September”가 있다. 내가 알아오던 9월의 끝은 나름 좀 쌉쓰름한 맛인데 이 곡은 아주 발랄하기 그지 없는 곡이다. 차라리 9월과 상관없는 노래인 “Soft rains of April”이 떠오른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서 밤을 꼴딱 새고 아침을 맞았는데 역시나 해가 짧아져서 오전 7시가 넘어가서야 서서히 밝아짐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한창 때엔 출근을 한다고 오전 6시부터 바쁘게 움직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살아가다보니 10시가 다 되어서 출근을 하면서도 살게 되어서 그런가 7시경에 출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언제부터인가 참으로 낯설게 되었구나 했다.
차를 몰고 나가보니 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몹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막상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사무실 앞에 주차된 차가 없는 것을 보면 역시나 내가 엄청나게 일찍 출근한 것이 맞구나 했다.
언제가 되든 결국엔 시차에 적응할 것이니까 더 생각할 이유도 없지만 초저녁에 잠이 들어서 한밤 중인 12시에 깨어나서 그 이후로 전혀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잠은 자야 할 것 같은데 누워서 깬 채로 있으면 생산적인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도 멀쩡한 정신력과 체력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시간동안 내가 생산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면 또 그건 아니다. 내가 이 세상에 뭔가 생산하려 나온 것은 아니니까. 비생산적으로 아니 이기적이고 기생충처럼 살면서도 또 소비적이고 파괴적인 삶을 살면서도 두 다리 뻗고 잘 살아가는 인간들도 많다. 그저 해 끼치지 않고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취하면서, 또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 두 번 맞아보는 대박과는 거리가 멀게 늘상 안좋은 선택만 하면서 자기 몫도 못 챙겨먹고 손해(?)만 보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여태까지 생산적이고 이타적이었으면 됐지 더 이상 뭘 어쩌냐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원치 않은 시점에 요절하지 않고 멀쩡히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