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정말 찌뿌둥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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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늦게 일어난 날은 온 종일 찌뿌둥해서 활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게도 몸을 움직이기 싫더라도 어떻게든 운동하러 가야지 한다.
그렇게 바둥대다가 ‘아..차마 짐에는 가지 못하겠다면 맨몸 운동이라도 해보자’ 달래본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것도 모자라 쉬는 날은 아예 누워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다보니 수단으로 부려야 할 몸이 되려 상전이 되어 날 짓누른다.
그럴수록 찌뿌둥한 몸에게 자신의 주제를 알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운동을 못하는 나라도 평소에는 하다 못해 7-80kg 중량 스쾃/벤치 정도는 너끈히 할 수 있지만, 이런 날은 정말 손까딱 하기 싫고 무중량 스쾃/푸쉬업만 해도 그것도 운동이라고 적잖이 자극이 오는 걸 보면 몸상태가 정말 엉망이구나 싶다. 그래도 땀 좀 날 정도로 이것 저것 쉬지 않고 하다보니 그래도 약간은 힘이 나는 듯 하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슬슬 하기 싫어진다.
‘애걔, 겨우 30분 정도 운동한 건가?’
그래도 ‘차라리 그냥 죽어없어지는 게 낫겠다’ 하며 바닥을 기던 무드가 약간은 살아나는 듯 하다.
덕분에 힘내서 너저분해진 집도 청소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비록 매번 똑같이 만들어 먹는 거라도 힘내서 만들어 놓고.
살아간다는 게 별거냐..이렇게도 살면 이대로 살아지는 것 아닐까..기왕에 망해버린 인생..더 잃을 것도, 더 기대할 것도 없으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게 맞는데 그게 잘 안되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현실 감각이 다 떨어진 내가 다시 한심해진다.
지금 난 3대로 시작하는 슈팅 게임을 막 시작한 게 아니라고. 시작할 때 받은 목숨 3개도 모두 잃고 운좋게 보너스로 받은 마지막 하나로 싸우고 있는 거라고. 애진작에 이런 저런 좋은 옵션들은 없어진지 오래다. 한 때 제법 화력 좋던 나라도 지금은 어수룩한 적의 공격 한방에 game over되는 마지막 목숨으로 살고 있는 거라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game over 될 상황에서 어떤 것이 나을지 난 여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다가 어수룩한 공격 한 방에 game over 되는 것을 수도 없이 겪어보고서도 말이다.
- 잔뜩 업드려 있다고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것인가?
- 그렇다고 리스키한 선택만 하면 에전 같아질 수 있는 것인가?
마지막 한 대로 싸우는 놈이 이런 여유로운 고민을 할 때가 아니란 것을 안다. 배수의 진을 쳐도 모자를 마당에 이 따위 고민할 주제가 못된다. 당장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내고 있는 그 자체만도 장하고 대견하다 해야 할 뿐인 것을.
어차피 하이스코어는 글렀다. 망해버린 이 게임을 그냥 즐기는 것 말고는 더 이상의 선택은 없다. Game over는 정해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