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베이스 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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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만 주로 다루다가 막상 베이스를 다루게 되면 악기가 너무 조촐하게 되는 것에 놀라고 또 뭘 어찌해야지 좋은 소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달랑 기타와 앰프 뿐이니까 뭔가 달아줘야 될 것 같고 그게 안되면 베이스라도 아주 좋은 것을 써야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밴드의 일원으로 같이 합주해보면 그 음색이 특별히 도드라져야 할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베이스가 튀어나오는 재즈곡이라든가 베이스 솔로 시간이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드럼과 박이 잘 맞아 떨어지도록 연주나 잘하면 된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그렇게 제대로 된 박에 베이스가 잘 치고 들어가야 나머지 멤버들이 편하게 연주를 할 수가 있다. 연주할 때 ‘흥이 난다 흥이 나!’ 하게 되는 거다.

쉽게 말해 기타라든가 보컬이 열심히 내닫고 있을 때 그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을 잘 닦아주는 게 베이스가 하는 일이다. 드럼은 단단한 돌이 되어 떠받쳐주는 것이고 말이다. 이쪽이 허망하게 일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 멤버가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도 발현시킬 수가 없는 거다. ‘흥’이 나질 않으니까.

지금은 좋은 앰프 시뮬레이터들이 나와있어서 기타용으로 된 걸 베이스를 위해서 사용해도 되니까 어려움 없이 집에서 레코딩을 할 수 있는데, 앰프와 기타간은 transparent하다고 보면 차이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비선형 특성을 가진 compressor라든가 drive 관련 이펙트가 전부다.

그걸 빼면 기타 자체의 픽업에서 high가 제법 있어서 고음이 두드러진다거나 EQ에서 고음을 더해준다거나 하는 것이 고작이다. 픽업간의 차이는 픽업이 쓰레기급이 아닌 이상 EQ로 다 바로잡힌다. 스피커 캐비넷 모듈도 사실상 EQ(주파수 특성을 조작하는 일)에 관련된 것이니까 좋은 소리는 연주자의 손 (=수많은 수식어/용어의 무용함을 소리로 증명해보이는 연주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요즘 시절이야 대부분 보컬과 전자악기/샘플/루프 혹은 다양한 가상악기로 만들어서 엄청난 디지털 효과가 들어간 음악들이 대히트를 치는 세상이고 보니, 조미료는 고사하고 농약도 제대로 치치 않은 원재료의 살짝 벌레 뜯긴 맛에 가까운 밴드 음악이 인기 있을리도 없고, 어쩌다 인기있다는 밴드음악도 사실 밴드의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다보니 워낙 극초정밀 가공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저걸 사람이 연주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 많아서 사람이 직접 연주한 엉성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별로 없다.

80년대 대히트를 쳤던 음악을 요새 다시 들어보면 여기 저기 밴드 연주의 엉성한 맛이 오히려 그 뮤지션의 능력을 더 배가시켜줘서 더 찰지게 들리는 것 아닐까 하게 된다. 물론 이 시절도 사람인가 기계인가 분간 안될 정도로 엄청난 연주력을 생명으로 하는 뮤지션들은 많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어디 하나 트집잡을 데 없는 음악들은 되려 매력이 없었던 기억도 나고 그렇다.

어쨌든 결론은 비싼 베이스 사서 녹음하나 싸구려를 사서 녹음하나 어차피 뒷단에서 컴프레서 대고 EQ 만지는 것이 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그래도 박자 절고 빌빌대는, 다이내믹도 전혀없는 베이스 실력은 악기로든 DAW로든 가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참 보잘 것 없고 도저히 늘 것 같지 않은 베이스 실력도 자주 베이스를 만져주고 재미있게 연습하다보니 예전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좋아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누군가와 합주할 일은 없지만 혼자 원맨 밴드 할 때 베이스 샘플을 쓰는 것 보다 훨씬 좋다. 머리도 더 쓰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