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 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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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문에 나오는 돌아가시는 분들 소식을 접하다보면 생각보다 연령이 높지 않은 것에 놀라게 된다. 60대 초반에도 많은 사람들이 - 그것도 아무 문제 없어보일 것 같은 - 죽는 구나 하고 말이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평균 수명에 비해서 일찍 죽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평균보다 먼저 죽게된 만큼 그 두배로 길게 사는 사람들이 있게된다(?)라고 하던데 이 사람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아울러 든다.)
60대면 머나먼 미래가 될 것 같지만 3-40대 그냥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또 50대를 허무하게 흘려보내면 엉겁결에 맞이하는 게 60대 아닐까?
잘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까진 천재지변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혹은 치명적인 질병은 피했다는 말이니까 60대까지 살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운이 없으면 당장 내일 죽어버릴 수도 있고 갑자기 충동적으로 스스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사람이 살아갈 때 뭔가 허무하거나 무의미하게 느낀다거나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를 때, 그러니까 자신의 삶에 불만이 많을 때 당장 내일 죽을 거라 생각해봐라라는 말을 하지 않나? 그만큼 살아가고 있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또 사람이란게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도 아닌데 (쓸데없이 불만이 많냐) 그럴 수록에 감사하며 살라는 뜻이지 싶은데.
어찌되었거나 당장 내일 죽을 것 같다 생각되면 매일 매일 너무 치열하게 생각할 일도 없고 괴롭거나 힘들거나 한 일을 일부러 꾸역꾸역 하면서 인내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그저 세상 흐름이란 게 물 흘러가는 처럼 나 혼자 열낸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고 좋게 좋게 생각하라는, 그러니까 진지하고 심각한 것에는 손 떼는 게 맞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 내 눈앞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걸 그냥 그렇게 바라보게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내맘대로 고쳐보고 싶고 악다구니를 써서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싶고, 그렇게 멱살잡이 하고 열낼 바에야 그냥 다른 곳으로 옮겨가버리고 싶고. 어차피 얼마 동안 살다가 죽어 없어질 거 그냥 죽을 때 까지 아무렇게나 맘대로 하고 살아버리자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아무렇게나 살아버리자 해서 그렇게 살아지지도 않고,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이판 사판이다 멱살잡이하고 땅바닥에서 뒹굴고 싸우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고, 삶은 그냥 늘상 마치 고구마를 잔뜩 먹어서 꽉 믹힌 듯 답답한 상태로 있다가 좀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렇지 않은 채로 그냥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한 상태에서 그냥 살아가게 된다.
그냥 삶이란 게 0도 아니고 1도 아니고 뭔가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러러 볼만한 어떤 업적을 내기 위해 사는 것도, 또 그렇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대단한 게 되려고 산 것도 아니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후회없는 삶(?)’ 같은 걸 살아내라는 엄청난 미션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정신이 들고보니 ‘내가 살고 있구나’ 느낀 것 뿐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이다보니 본능에 따라 그 생명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살고 있는 것일 뿐.
교육이란 것을 받았기에 본능과 욕구를 조절하며 살고는 있지만 살다보면 어떤 게 내가 조절해야할 본능이고 욕망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때도 많고, 그렇게 나의 욕구를 억제하며 살다보면 나란 존재는 타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양보만 하고 있는 호구인가 싶고.
그렇게 이게 옳은가 저게 옳은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답답하게 흘러만 가는 게 삶이 아닐까 하게 된다. 어디에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있을까? 내가 답을 내지 못하겠으니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존재에게 의존하면 될까 싶어서 미친 듯 무엇인가에 매달리거나 매달려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이게 맞겠거니 홀려살면 되는 것인가? 그래봐야 역시 지금 나오는 답은 답은 없다 생각하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 밖엔 없다고 본다.
이렇게 흘러가면 이렇게 가는 거고 저렇게 흘러가면 저렇게 가는 것이고. 그게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든 내가 대놓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되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맘은 좀 덜 아픈 거고. 계속해서 운수 대통하면 이게 모두 나의 큰 계획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하면 되고, 계속해서 똥볼만 차서 무너져내리기 바쁘다면 언젠가 이 모든 고난이 끝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거고. 그냥 살아갈 뿐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