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멘탈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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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멘붕’ 왔구나 하면 ‘panic’ 즉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런데 단어 그 자체의 의미를 보자면 metal breakdown/collapse 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걸 흔히 ‘nervous breakdown’, 정식 명칭(?)으로는 ‘mental disorder’라고 의미하는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멘붕이 됐다 아니면 멘탈 터졌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러한 현상이 어떠한 시점에 폭발하듯이 발생해서 그 다음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처럼 읽혀져서 마치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이)가 폭발해서 헐크처럼 되어버렸다 인지 아니면 그냥 졸도해버렸다는 것인지 의미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mental disorder라든가 mental collapse 혹은 nervous breakdown이란 말은 과도한 스트레스/피로 등등이 몰려서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태, 즉 모든 일상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모든 의욕을 상실해버린 상태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이렇게 된다기보단 서서히 일상 기능이 마비되어 몸이 아파 몸져눕듯 몸은 멀쩡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누워만 지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멘탈 터져서 병원에 갔다’ 라는 말은 솔직히 쉽게 이해가 어려운 말이 된다. ‘멘탈 터지면 스스로의 의지로 병원 가기 힘든건데’ 혹은 ‘멘탈 터져서 응급에 실려갔단 소린가?’ 하는 애매한 추측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요샌 다들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우울증이다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또 더러는 밖으로는 스스로 우울증인 것을 감추고 다니기 때문에 멀쩡해보인다 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떤 말이 맞는 말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쉽게 말해서 그런 이야기들은 읽어볼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냥 멀쩡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신체 건강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자신이 비교적 멀쩡한 정신상태임에도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내내 의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시절이구나 하게 된다.
생존의 문제가 턱밑까지 몰려와서 어떻게든 평소의 100% 200%의 기동력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멘붕이니 우울증이니 떠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짜 우울해서 죽을 지경이다 싶으면 그런 상황에 스스로를 밀어넣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가 보아온 의사(pseudo) 우울증 상태들은 대개 다음과 같았다.
-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학생들이 매일 같이 해가야 하는 숙제와 같은)
- 아무도 날 불러주거나 뭘 하라고 괴롭히지 않는 상태가 됐다. (학생이면 방학, 직장인이면 실직, 혹은 조직 변경시기)
- 갑자기 많은 여가 시간이 생기면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타입에서 본다.
- 스스로에 대한 과대망상이 있어서 도달할 목표는 높은데 그에 따른 실천력은 없는 타입의 사람들에게서 본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 아니라 어린 애처럼 떼를 쓰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어려서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아와서 이런 의욕없음 상태에 이르면 주변 누구라도 나서서 내 상황이 달라지게 도와주겠거니 하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경우에 적당한 미션/동기와 직책/타이틀이 주어지면 상황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스스로 ‘멘탈이 약하다’하고 말하는 것은 누가 스트레스를 조금만 줘도 맘 상해서 잠도 못자고 혹은 잠을 과하게 자고 늘상 이불킥하는 상태이겠지 하는데, 차라리 이것은 내가 기분 나쁜 것을 대놓고 어필하고 도와달라는 경우니까 오히려 약하지 않고 건강하다고 본다. 정말 약한 상태는 그런 티도 내지 않고 있다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져버리고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냥 혼자 열받고 몰래 힘들어하다가 갑자기 조용히 미쳐버리고 사라져서 일치는 타입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