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즈에서 오디오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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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09년에 해킨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윈도우즈에서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그 때 이후로 회사에서도 윈도우즈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오디오 작업은 대부분 Logic을 이용했는데, 생각해보면 윈도우즈에서 VST를 사용하던 때가 더 재밌게 일을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어떤 일도 처음 배울 때 재미가 있고 아슬아슬하게 돌아가야, 또 과정이 번거로워야 재미가 있는지 오히려 매우 편리해진 Logic에서 작업할 때는 그때만큼의 재미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로직으로 작업하는 것은 윈도우즈에서 큐베이스/누엔도로 작업하는 것에 그 편리함에 있어서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UI도 매우 깔끔할 뿐더러 안정적인데 단지 차이가 있다고 하면 UI의 반응성에 있어서는 윈도우즈쪽이 약간 빠른 면이 있다. 사실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윈도우즈가 더 좋다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또 한가지는 무료로 보급되던 플러그인이 참 많았는데 이것들이 나름 또 쓸만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해서 Logic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든가 얼마 안되는 무료 플러그인으로만 작업하면, 다시 말해서 좀 특이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다채로운 무료 플러그인이 아닌 아주 정제되어있는 플러그인들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모든 오디오작업이란 게 창조적인 일이라기보단 그냥 하나의 루틴처럼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더 잘하려고 연구하거나 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렇게해서 의욕이 시들게 되면 ‘어차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뭐하러 이렇게 열심히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직업의 세계나 취미의 세계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세상에 나보다 이 분야의 일/취미를 잘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사람들의 일하는/취미에 몰두 하는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구태여 왜 내가..’하면 사실 난 태어나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유전자가 조합될 때부터 특정 분야를 잘하도록 특화되지 않았을 확률이 99.999%였을테니까 말이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도 따져보자면 위저드급의 능력자부터 저런 실력으로 어찌 여태 붙어있는지 신기할 정도의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일하는 게 일반적인 것 아닌가? 더 말해야 무엇하겠나.
그래도 오늘 재미있는 일 한 가지를 찾아서 해보고 그것을 통해서 배우는 게 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니까 말이다.
말이 좀 샜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떤 자극을 받기에는 윈도우즈에서 오디오 작업을 하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큐베이스는 버전이 10이 되었지만, 재미삼아 만지는 큐베이스는 여태 버전이 5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 이후의 버전들이 제대로 복사방지가 풀려 돌아다니질 않아서 라고 보는데, 여하간 그렇다. 여기에 Reaper라는 플랫폼과 상관없이 가볍게 잘 돌아가는 DAW도 있다. 구성도 사실 큐베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고, 큐베이스에서 돌릴 수 있는 플러그인은 Reaper에서 모두 돌릴 수가 있으니까.
유튜브에 올라오는 믹싱 강좌같은 것은 쓸데없이 말과 광고가 많은 것은 거르고 실전 내용을 다루는 것만 골라보면 시간 절약도 되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들어 알게 된 팁들만 몇 개 모아보면
- EQ/컴프레서/Spectral enhancing 플러그인을 과하게 붙여서 믹싱하는 것은 여전하다.
- 쓸데없이 벙벙대는 영역 또는 공진하는 영역을 EQ로 죽여주는 일을 여러 개의 EQ로 수행한다.
- 소스에서 최종 마스터링까지 가는 동안 대개 3-4개의 컴프레서/리미터/spectral enhancer를 지난다.
- Neve console의 에뮬레이터 버전을 많이들 애용한다
- 일종의 비선형 믹싱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peak 레벨은 많이 높이지 않으면서도 실제 음량을 적당히 끌어올린다
- 동일한 소스를 여러 개의 경로로 나누어 이펙트를 먹일 땐 이들간의 phase를 맞춰주는 작업을 꼭 빼놓지 않는다.
- 드럼의 킥 혹은 킥+스네어를 사이드 체인으로 하여 컴프레싱하는 경우가 많다.
- 마스터링을 할 때 matched EQ를 잘 사용한다.
여기서, 신경 써야 할 것은 dynamic effect를 거쳐가면서 다이내믹레인지가 줄어드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과 spectral enhancer를 쓰다가 고음쪽이 탁해지는 것을 막는 것인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같은 소스라도 여러 개로 분할해서 EQ/non-linear processing/dyn effect를 계속해서 걸어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