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즈에서 오디오 작업: DAW 테스트 중

맥에서 윈도우즈로 넘어가서 음악 작업을 하면 윈도우즈에서만 쓸 수 있는 요긴한 플러긴들이 많고, 또 작업 환경을 바꿔주면 열심히 이쪽 취미를 하게 될까 싶어서 여러 날 도전해 봤는데 결과는 아니올시다다. 이미 MacOS로 넘어가버린 뒤에 다시 윈도우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유는? 너무 불편해서.

Reaper

DAW의 경력이 짧기 때문인지 그냥 오디오만 처리하는 것으로 치면 VST가 잘 붙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사용하기 편해보이는데, 이게 미디가 붙고 virtual instrument까지 붙어서 복잡하게 되면 다루기 엄청 불편하게 된다. 그러니까 로직이나 큐베이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Reaper에서는 여러 가지 꼼수를 부려야 한다. 물론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지.

예로 하나 들어보자면, 누군가 작업해 놓은 미디를 가져와서 이것을 가상악기로 적절히 살려내야 한다고 했을 때, 미디 트랙을 읽어오면 이게 이상하게 오디오(?)트랙으로 달라붙질 않나 이것을 트랙별로 가상 악기 트랙을 만들어서 붙이고 또 가상악기를 붙이고 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미디 채널이며 이것 저것 다 바꿔주고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로직에선 그냥 읽어오든가 아니면 맨바닥에 드랍을 하든가 다 알아서 해준다. 편하게 취미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불편하면 그냥 관둬버리게 된다.

Ableton Live/FL Studio

사실 Cubase/Pro Tools가 활개치던 시절에 이들은 사실 DAW라고 하기도 뭐한 수준이었는데, 여태 잘 살아남아서 많이 커왔다. 오히려 Propellerhead의 Reason이 당시의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잘 못 나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전히 GUI가 상당히 Mac스러운데 오디오 전용의 DAW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사용하기는 나름 둘 다 다 편리하게는 되어있다. Ableton Live는 vst plugin도 쓸 수 있으니까 윈도우즈에서 나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주 편하다라는 느낌은 못 받았다. 인터페이스의 개념이 둘 다 다 약간 씩 기존의 DAW (Pro tools/Cubase/Logic)과 다르게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개인 취미용 음악 DAW로는 글쎄 간단히 EDM 같은 거 만들어 볼 때나 인터페이스의 특정 부분이 편리한 구석이 있지 나머지는 그다지 편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Pro Tools

과거 90년대의 명성을 여태 이어오고는 있지만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아서 2020년대에 쓰기에는 익숙한 사람들 (프로툴즈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40을 기본으로 넘기고 50-60대에 걸쳐있으리라 본다)에게나 변하지 않는 기능과 단축키로 음악 작업을, 그것도 영상과 붙여서 포스트 작업을 하기에 좋지 싶다.

Cubase

Mac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큐베이스가 가장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집에서 홈레코딩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다 큐베이스를 썼었다. 기능이 다양하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하고 워낙에 플러그인과 가상악기들이 많았기에 당시에 비교될만한 게 프로툴즈 정도였었는데, 프로툴즈는 가격대가 워낙 높고 하드웨어를 가렸기 때문에 소위 전문가(?)들만 사용했다. 그게 3.x/4.x 대 시절이었는데, 유사한 인터페이스로 되어있는 누엔도도 많이들 사용했다. 이게 버전이 올라가다가 Yamaha로 넘어갔는데, 여전히 가격대가 높은 덕택에 많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유튜브를 보면 복사방지가 깨져서 퍼져나간 5.x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10.5까지 나와있고 여러 가지 편의기능들이 많이 붙어나왔는데, 요새 음악하는 사람들의 사용빈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러니까 복사방지가 깨진 채로 돌던 3.x 4.x대를 쓰면서 DAW와 홈스튜디오 작업을 했던 사람들은 그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서 여태 사용하기도 하고 정식으로 구입해서 계속 사용중이긴 하겠지만 많은 수가 나처럼 Logic으로 이동했다. 일단 Logic으로 넘어가면 MacOS를 써야되고 MacOS에서 로직은 아주 편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구태여 큐베이스로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사실 트랙수가 좀 작은 Cubase Element는 100불 안쪽으로 팔고 있으니까 쓸만하다고 볼 수는 있다 (Educational version으로 구입하면 2/3가격에 살 수 있다). 사실 Pro가 아니라도 Element 정도만 되도 일반적인 프로젝트는 다 해결을 볼 수가 있다. 정 기능이 모자르다 싶으면 (옛날 저사양 PC를 쓸 때 처럼) 계속 바운스해서 붙여도 되고.

Logic

DAW의 최강자로 인정한다. 가격대를 낮춰서 ($299) 진입장벽이 낮지만 거의 모든 하드웨어를 전부 다 지원하고 성능도 뛰어나면서 인터페이스도 대단히 편리하게 되어있다. 애플에서 샘플/루프/업데이트 계속 제공한다. Final Cut Pro와 같이 사용하기도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고 세상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플러긴을 전부 다 지원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VST만으로 제작되어 돌고 있는 90년대 2000년대 초중반의 플러긴들은 쓸 수 없지만 audio unit으로만 제작되어 돌고 있는 것들도 많기에 그러하다.

결론

90년대엔 유일하게 쓸 수 있던 게 Pro Tools 뿐이었는데 가격이나 타겟이 전문가급이라 개인은 고작해야 Cakewalk로 미디 작업을 하고 4 track recorder 혹은 ADAT 같은 것을 쓰면서 불편하게 작업을 했다. 사실 Cakewalk도 GUI로 오기전엔 단축기가 잘 되어있고 반응도 빨라서 쓸만했던 기억인데, 90년대 말에 와서는 Steinberg의 Cubase가 복사방지가 풀려서 돌아다닌 덕택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DAW의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 당시 Logic이 PC용으로 있긴 했는데 하드웨어를 가리고 동작도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인텔맥 덕택에 Mac이 대중화되고 로직을 만들던 eMagic이 애플로 넘어가면서 Logic이 사실상 DAW의 주류를 이루게 되어버렸고 그 흐름은 2020년인 오늘도 이어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오디오작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아마추어/프로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이 Logic으로 작업을 한다. 큐베이스나 프로툴즈를 쓰는 이들은 드물게 보여진다. 아니 큐베이스를 쓰는 이들이 보다 흔해보인다. 정식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을 것 같은, 또는 맥을 쓰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은 2000년 초중반에 나온 버전의 큐베이스를 여전히 쓰고 있기도 하고. 사실 Reaper는 좀 기대를 해봤는데 아직은 좀 많이 멀었다 싶다.

솔직히 이걸 취미로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여가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라 편리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에 이게 업으로 삼는 일이고 예산상 어쩔 수 없이 저가의 소프트웨어를 써야 하는 거라면 Reaper에 익숙해져야 할 이유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가격차이가 그만큼 큰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음악의 종류를 떠나서 Logic만큼 편리한 DAW가 이제 없는 것 같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큐베이스라든가 다른 DAW들은 저마다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