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의 코로나 시절

재택 권장 기간이 일단 내년 6월까지로 연장됐다. 말이 권장이지 사무실에 가려면 회사에 보고를 해야되고 언제 들어갔다 언제 나왔는지도 다 알려야 되고 그 불편함은 이루 말도 못한다.

분명히 이런 추세면 내년이 되고 3-4쯤에 그 그간이 다시 그 이듬해까지로 연장이 되겠거니 하고 있다. 이렇게 반강제적 락다운이 된지가 한참인데 신규 확진자 수는 그런 것과 아랑곳 없이 오르고 있고 나 역시도 이제 지쳐가고 있다.

처음 락다운이 걸렸을 때 먹을 것을 사러 나갈 때 거의 중무장을 하고 갔던 것 같다만. 엇그제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스스로 생각에 잠겨있다가 졸린 채로 이것 저것 사다나르고 정리하다가 정신을 놓았는지 집에 들어와서 손을 제대로 씻었는지도 기억이 없는 채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사실 그런 실수에 따라오는 결과라는 것은 ‘아 제가 졸려서 잠깐 정신을 놓았었나봐요’ 라고 어디에든 핑계 대봐야 아무 의미없는 매우 과학적인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라, 하필 그날 내가 코로나 감염자가 만졌던 것을 맨손으로 만졌고 그 손으로 갑자기 간질거리는 눈가를 만졌다거나 손을 씻지 않은 채로 뭔가를 집어먹었다거나 하면 감염의 확률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그냥 내 운명을 믿어야지 할 뿐이다.

사실 100시간 중에 99시간 59분을 주의하다가 단 1분만 주의하지 않아도 감염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스스로를 포함한 그 누구를 탓해봐야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인생의 난이도가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에 부화가 치민다. 불운을 맞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ㅊ럼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냥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이런 하소연이나 화냄도 다 무의미하고 바보같을 뿐인데.

생각해보면 락다운이 시작되었을 때는 주식이 미친 듯 곤두박질을 쳤어서 ‘이러다 이 세상 다 망해버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게 고작 몇달 전인데 지금은 이런 상황에 무뎌졌다. 세상이 내 상식과는 전혀 별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도 무뎌지고 그래서 내 삶이란 것도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에도 무뎌지고. 그런 상태로 매일 매일 날아오는 메일과 요청에 일일히 응답하고 하다보면 하루가 날아가는 게 삽시간이고, ‘난 이 세상에 한 그루 사과나무라도 더 심기위해 살고 있는 건가?’ ‘내가 그런 이타적인 사람이었나? 만인의 호구?’.. 이런 생각은 계속 꼬리의 꼬리를 물고 ‘차라리 이렇게 살 바에야 빨리 가버리는 게 나은 거 아니야?’…

매주 만나는 동네 사람과 잠시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서로의 차 안에서 떠드는 거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내가 보기엔 살 날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 분이지만 ‘코비드가 다 끝나면..’이란 단서를 붙이고 ‘..재미있는 일을 하자’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 분도 나와 비슷하게 지독한 우울을 겪고 사는 분인데. ‘코로나가 다 끝나면’이라는 단서에 나는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이게 결국 끝날 일인 건가? 그냥 조만간 코로나에 의한 급격한 실물경기 하강으로 인한 효과가 곧 나타날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가면 어디를 오고가는 차들인지 모를 차들이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고, 길에도 사람들이 제법 돌아다니고 있다. 마스크를 썼든지 말았든지.

가끔씩 긍정적인 뉴스라며 유명제약 회사의 백신이 10월에는 나오게 될거라는 둥, 또 자발적으로 백신 시험단에 지원할 수 있다는 둥 하는 얘기가 나온다. 이상하게 내 귀에는 그게 다 헛소리인 것 같고 막상 나오고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바이러스가 심한 변이를 일으켜서)로 효과가 별로 없어졌다는 소리가 나올 것만 같다. 변이된 것을 커버하려면 또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둥, 그래서 새로운 백신이 나오면 또 다른 변이에 대응을 못해서 하는..무한 루프에만 빠져버릴 것만 같다.

오늘 보고된 이 나라의 사망자수는 여전히 1천명을 웃돌고 있다. 나도 옛날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 중학교 시절 한 학년의 학생 총 수가 1000명이 되질 않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더러는 그 두배가 넘는) 21세기에 매일 매일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위기를 기회로 봐야한단 생각에 이렇게 미친 듯이 사회분위기가 떡락되었다가 이 전염병의 확산이 끝나갈 때쯤엔 엄청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지금 다 지쳐 늘어져 있던 사람들이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올아가 삶의 기쁨을 누릴 날이 머지 않은 (<1년) 것 아닐까 하면 갑자기 희망에 벅차오르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지금을 잘 견뎌내면..언젠가는..

그렇지만 다신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얘길 들으면 독감처럼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 고작 1종에 대한 백신을 맞았다고 예전처럼 될 수는 없겠구나. 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또 아수라장이 되고…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