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 동네에 제법 오랜 기간 살고 있는데 올해처럼 산불이 많이 난 것은 처음 경험해본다. 낙뢰로 인해 발화된 산불이라고 한다.

한 두 해 전에도 근처에서 화재가 나서 근 보름간 전방이 흐릿할 정도로 공기가 나빠졌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지도에 대피하라고 표기된 지역이 매우 넓다. 서울 면적의 6배가 되는 지역이 피해를 입었는데, 워낙 넓은 곳에 화재가 나다보니 이 지역 소방인력으로는 감당을 못해서 멀게는 캐나다의 소방인력까지 지원을 요청하는 지경이란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저 온종일 불냄새를 맞는 것 말곤 대피니 집이 불탄다거나 하는 일과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이 동네에 오래 살았던 지인의 친구는 이번 산불때문에 대피를 했다고 한다.

대피를 했단 것은 그 사람의 집이 불 탔을지 모른다는 일이다. 21세기에 낙뢰로 인한 산불이 나고 그 산불이 주거지역에 번져 사람들이 대피를 하고 자기 집에 불타는 꼴을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게 점점 더 번져가고 있는데, 심하면 이제 내가 아는 지인들이 사는 지역까지 대피하라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더 웃긴 건 이렇게 낙뢰가 내리칠 가능성이 더 있어서 그게 또 다른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집 밖에도 못나가고 있는 것도 억울할 지경인데, 이젠 산불때문에 대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런 산불이 계속해서 일어날 지경이라니까 말이다. 이젠 밖에 나가면 공기가 매워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9월/10월에 산불/들불이 났었으니까 사실 이건 잘 나지않던 한여름 산불까지 곁들여진 꼴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이맘때 좋아하던 뮤지션의 공연을 보려가려고 하였으나 드러머의 집이 산불로 전소되는 바람에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공연이 다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문제는 내년으로 연기된 공연이 내년 제때에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보다 이 산불이 언제 끝나게 될까 하는 것이 더 관건이긴 한데, 내년에도 이 곳에선 3월 이후로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한창 건조한 8-10월에는 틈만나면 들불이 일어날 거고 그래서 진한 불냄새를 한달간 쉬지 않고 맡게 될 거고. 이런 저런 식으로 삶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