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하기

회사를 오래 다니다보면 어떤 결정을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곤 한다. 물론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알고도 남았을 것을 강사를 초빙해서 또 자체로 육성한 강사들 또 이런 저런 교재까지 마련해서 알려준다. 수치적인 방법, 정성적인 방법 등등 결정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한동안은 그런 툴들도 유행을 타서 시절마다 다양한 방법들을 가르쳤고 그렇게 그렇게 대낮에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낭비했던 기억이 난다.

왜 졸았냐고? 내 삶에 별로 관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어있을 뿐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다 응용해봤던 것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일은 종업원으로의 생을 살다보면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 ‘내가 돈 때문에 누군가의 노예가 되어있구나’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기업을 다니면 아주 자주 맞이하게 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별도의 수면 시간이 확보된 것으로 알고 즐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카메라로 수업태도를 촬영해서 괴롭힌다는 설도 돌고 한다. 아마 이런 시스템은 지금쯤이면 많이 사라졌을 듯 하다만.

사람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리게 되면 이런 툴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교육을 시도하는 이들은 (회사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주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생의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은 합리적/통계적인 방법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나도 모를 순간적인 충동적인 결정이 먼저 일어나고 그것을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설득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이 결정은 직관적이었는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얻어진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빠른 결정이었는지 나도 알 수 없지만 (내가 읽었던 뇌과학 책에서는 산 꼭대기위에 바위를 떨어뜨려 그것이 굴러가는 방향이 나의 뇌의 결정 시스템이라고 했다) 인생이란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통계적으로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겠지만, 중요한 결정은 길거리에서 끌리는 물건을 나도 모르게 집어오는 것과 같이 순간적인 결정에 의해 일어나고 그것을 잘된 결정이다 아니다 평가하는 것도 그 자신이고, 그저 결과가 좋았으면 옳은 결정이고 아니면 잘못한 결정일 뿐이다.

그 결과라는 것도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까. 너무 생각하지 말고 결정 내렸다면 (쉽게 말해 뭔가에 끌렸다면) 그냥 실천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누구도 미래는 알 수 없다. 단지 문제가 일어나면 그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일 뿐. 사스나 메르스에 불과할 줄 알았던 Covid19이 이렇게 큰 충격을 가져올 줄 누가 예측했을까? 이 지경이 되기 바로 직전에 코로나로 박살이 날지 모를 사업에 큰 돈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 나름의 큰 고민과 많은 분석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