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강연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

누군가의 강연을 보는 재미는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경험, 지식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고,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내용에 있다고 본다. 또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봤을 법한, 또는 자기 자랑, 또는 어느 드라마에서 봤던 그런 줄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으면 잠을 자게 되거나 잡념에 빠지게 된다.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얼마나 관심 1도 없는 내용의 강의/강연을 수도 없이 듣고 있었나 싶다. 인생의 낭비랄까. 물론 그 대부분의 시간은 잡념이라든가 수면으로 채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강연은 그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해줄 때다. 특히나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았다거나 흥미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얘길 잘 하지 않는다. 일단 그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자신의 삶에 자랑스러운 면이 있다거나 소위 사람들이 존경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인생이야기만 가치있게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솔직히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면 다른 누구의 인생 이야기,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의 것이든 아니든 재미있게 들린다.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깔린다.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할 때다.

뛰어난 화술이나 어휘 능력 따위 별로 필요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다.

마치 사회적으로 좀 성공했다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꾸며내서 책으로 내듯, 이리 저리 각색해서 지어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식상하기 짝이 없다. 또 그 사람의 욕심이나 야망/푸념 또한 듣고 싶진 않다. 대부분의 푸념이나 욕심은 대개 하나로 향하고 있다. 난 열심히 착하게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성공하지 못하냐, 돈을 벌지 못하느냐,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느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느냐다 대개.

살면서 실수 했던 이야기 일 수록 재미가 있다. 어쩌다 갑자기 당한 불행에 대한 이야기, 그것에 대처했던 이야기 말이다. 남의 불행을 가지고 즐거워한다기 보단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은 것이니까, 나 역시 혹시라도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것이 일어나야 한다면 나 또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되니까. 카타르시스랄까 누군가의 성공담보단 실패담, 그러나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더 몰입도 잘되고 살아가는 동안 힘이 된다.

왜냐고?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과 그리고 듣고 있는 나. 서로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고 나 역시 특별히 잘 날 것 없고 또 특별히 못 날 것도 없는 사람이다. 나의 보편성이랄까? 특별히 기죽거나 잘난 체할 게 없다는 것. 불의의 상황을 맞이 하면 뭐하나 제대로 해내기 힘든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사람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