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A7C로 결정이 굳어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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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은 아무리 빨라도 11월에나 만져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preorder 하지 않으면 더 오래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왜 이 물건으로 결정했냐고? A7 III보다 나은 점이 제법 있는데 가격까지 싸니까.
A7 III 가진 사람이 A7C로 갈 이유는 없을테고 다들 A7 IV 사려고 벼르는 듯 하다. 가격이 분명히 오를테고 아마도 잘은 몰라도 기능이 얼마나 향상되었느냐에 따라 A7S III의 가격에 보다 근접하게 되겠지 싶다.
다른 물건들은 모르지만, 적어도 소니 카메라들은 그동안 전세계 물가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처음 A7이 나왔을 때는 캐논의 full frame 카메라보다 너무 좋은데 가격은 75%쯤 했었어서 사람들이 다들 놀랬던 기억이 있지만, 그 이후로 보면 꾸준히 가격 상승이 있어왔고 대충 전세계 돈가치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봐야지 싶다. 물론 미국의 물가 변동폭 만은 못해도 말이다.
미국의 물가 변동을 고려한다면 A7이 처음 나왔던 2013년 가격대비 두배 정도되야 할테니까 2천불을 훨씬 상회해야 맞지 싶은데, A7 III은 2천불 안쪽으로도 구할 수가 있다.
뭐 혹시 갑자기 마음이 바꿔이서 A7S III를 덜러덩 주문해서 손에 들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아이는 넘 프로 카메라스러운 느낌이 나서 뛰어난 기능과 성능에도 불구하고 꺼려지는 반면 A7C는 여행용 카메라스러운 느낌이라 친근감이 있다.
사실 스틸 촬영이라든가 FHD 동영상 촬영에 있어서는 A7과 비교했을 때 크나큰 차이를 발견하긴 쉽지 않다. 어차피 센서가 크게 바뀐 것이 아니라서. 다만 초점 기능이 좋아지고 보다 높은 data rate의 동영상 코덱이 제공되고 dynamic range를 더 얻어내기 위한 비선형 커브 (HLG/SLOG3/…) 같은 것들이 주어지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A7을 더 들고 있겠다 치면 A7 IV가 나오든 V가 나오든 내내 한결같이 A7만 들고 있을 게 뻔해서 바꿔볼까 한다. 카메라라도 바꾸고 나면 (안그래도 닫혀있고 변하지 않는) 나란 사람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 하고.
과거에 A7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보다가 잊혀졌던 얼굴들을 발견하고 나선 기분이 좋아졌다.
당장에 그 사람들이 내 곁에 없다고 해서 내가 박탈감이나 상실감을 느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아울러. 어차피 그들이 지금 내 곁에 있다고 한들, 그렇지 않다고 한들 지금 내게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도 아울러. 그러니까 그냥 그들이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있구나 생각하고 맘 뿌듯해하면 그뿐이구나. 그것이 삶이구나 할 뿐이다. 이 무슨 정신병자스러운 생각이냐 할지 모르겠다만.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어느 순간 나와 같이 했던 사람들과 대놓고 사진찍자고 하기 뭐해서 쓸데없는 주변 물건들 풍경들만 찍어댔구나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 나와 같이 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나에겐 중요할 뿐인데. 그것만이 남는 것 뿐인데. 왜 어리석게도 그렇게만 해왔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찍은 사진들을 다 놓고 보자면 얼굴이 나와있는 것들이 더 많다. 사진 찍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했기에 억지로 찍지 않았을 뿐. 인생의 순간들을 채워줬던 그들에게 섭섭함 보단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과의 순간을 더 아름답게 남겨볼까를 궁리해야 하는 것임을 잘 알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하는 순간에 어떻게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까 보단 그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풀어주려 하다가 진작에 멘탈 에너지 고갈로 이도 저도 아닌 멍한 상태로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와 이젠 같이 있게 되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젠 더 잘 알기에, 또 이런 순간이 늘 주어지지만을 않는다는 것을 더 잘 알기에, 더 이상 예전처럼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지 않게 되길 희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