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th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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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the blue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곡을 기억속에 꺼내보자면 ELO의 앨범 제목과 Debbie Gibson이란 분의 빌보드 No 1 힛곡이 있다.
ELO는 적어도 나보다 서너 세대 앞서가는 밴드인데 틈만 나면 레코드 가게에서 레코드 들여다보는 재미로 살았던 시절이 있어서 자동 암기가 된 듯 하다. 뭔가 80년대 노랑색 UFO가 뭔가 광선 뿜어내는 듯한 앨범 표지도 떠 오르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외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다닐 때도 어쩌다 레코드 가게가 보이면 무작정 들어가서 구경부터 했던 기억도 난다. 이젠 레코드 가게란 게 사라지는 시절이다보니 이런 걸 얘기한단 자체가 내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고백하는 것과 같다.
정말로 신기하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취미가 앨범 제목과 그 그림을 매칭하는 일이었다. 당시엔 클래식 음악에 빠져있었어서 국내 발매되었던 도이치 그라마폰 (노랑 레이블)의 음반의 표지와 작곡가/연주가(악단/지휘자)등등을 매칭해서 암기하던 것이었는데, 운좋게도 그 음반이 집에 있었다면 음악까지 곁들여서 머리속에 넣는 일을 재미삼아 했던 것 같다. 지금 내 밥벌이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 늦기 전에 안느 소피 무터의 공연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 초 코로나 사태 직전, 샌프란시스코 Davis Hall의 기회도 아쉽게도(아니 이런 기회 앞으로도 많겠지 하며) 놓쳤다.
그 이후로는 빌보드 차트 외우고 다니기 등등.
각설하고 Out of the blue라는 곡을 처음 들었을 땐, 비록 이 음악이 나보다 최소 2세대는 앞서가는 지경이었지만, (누나를 떠나서 거의 고모뻘인)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 분에 대한 팬심을 키워갔던 것 같다. 뭔가 우울에 쪄들은 뭔가 약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빌리 아일리쉬 같은 애들과는 전혀 다르게 발랄한 외모/정신상태(딱 봐도 보인다)/노래로 무장하셨던 분이다.
한창때엔 빌보드 힛곡을 내시던 분이었지만 youtube에서 어쩌다 접할 수 있는 이 분의 근황을 보면, 도무지 무지 몽매한 인간들 천지인 이곳에서 한 때 잘나가던 팝음악의 공주님에 대한 대한 푸대접이 느껴진다. 그러나 연세에도 불구하고 관리 참 잘하셨구나 싶은데, 뭐 다 그렇듯 이 분들 뵈려면 라스 베가스 찾아가야 되는데, 이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덕택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 분도, 내 기타 히어로우 중 한 분이셨던 Allan Holdsworth처럼 갑자기 세상 뜨시면 너무 허무하게 될테니까.
이 분도 유튜브 몇 개 들여다보면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정신적으로 오래 힘들었겠구나 하는 필이 팍 오다 못해 스스로 그렇게 얘기한다 (anxiety attack?? 불안 발작?).
10대일 때 빌보드 힛곡들을 냈지만, 이 분의 20대는 사실 전혀 알 길이 없고 그 이후로는 더더욱 알 수 없다가 갑자기 이분의 50대에 유튜브를 통해서 여기 저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TV 프로그램에 나오는구나 알게 될 정도니까 말이다.
Dream Theater라든가 다른 꾸준한 뮤지션들이 주기적으로 앨범을 내고 라이브를 돌고 하는 것과는 참 다르다. 지금 빌보드 탑 힛송을 부르는 BTS만 같아도 당장 지금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생계를 위해 노래를 부를 일은 평생에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이분은 참 다르다. 이 시절에 탑 힛송을 부르던 이들은 다들 마찬가지다. 생계를 위해서 노랠 부른다. 대개는 이 세상을 떴든가. 당시에 오히려 음반 수익은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수익 배분이 합리적이지 못했는지 아니면 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신기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