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탑에 빠져 지내다보니..

랩탑은 느려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시절엔 랩탑에 준하는 베어본 PC를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당시엔 그렇게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막상 다시 데탑을 조립해서 사용하다보니 랩탑을 만지지 못하게 되었다. 느려터져서 속도 같이 터지기에.

그래서 비교적 신품이긴 하지만 가지고 있던 랩탑도 헐값에 넘겨버리고 회사에서 사용하라고 준 랩탑만 들고 있다. 어차피 회사 랩탑이란 건 보안프로그램들이 깔려있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손 대기 싫은 그런 물건이다. 작은 회사들은 회사 랩탑이라도 보안 프로그램 하나 없이 그냥 주고, 억울하면 OS 내맘대로 엎어 깔든 말든 신경 안쓰지만 조금만 회사가 커져도 보안프로그램이 깔려있지 않으면 회사와 접속할 방법이 없고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두어야 한다. 그래서 오피스 웹 앱으로 편집하기 힘든 문서를 건드려야 되는 경우는 일단 짜증부터 난다. 이 웹앱이란 게 다 될 것 같이 되어있지만, 건드리지 못하는 요소들도 꽤 된다.

그래도 좋은 점은 여행갈 때 베어본 PC는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티비든 모니터든 연결할 수 있어서 급하면 웍스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랩탑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갑자기 3-4일 여행을 가려고 보니 데탑을 가지고 다니기 뭐하니 컴퓨터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다. 그렇다고 회사 랩탑을 가져다 쓰려니 보안프로그램부터 뜨는 꼴 베기싫으니 짜증나고. 어차피 인터넷/컴퓨터 중독이니 2-3일 끊어볼 겸 랩탑 없이 여행을 갈까도 생각 되는데, 그러자니 아이패드라도 한 장 들고 있어야 될 것만 같고 그런 거다.

휴가 내고 놀겠다는데도 인터넷으로 이메일로 연락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놀고 있어도 일은 해야 된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 말은 그냥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있고 이 메일만 받아서 간단히 답해줄 수 있는 정도의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더러는 회사에 접속해서 뭔가를 고쳐놓기도 해야 되고, 데탑에서 돌려서 끝내야 되는 일들이 생길 때나 아쉽다고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웹앱으로 안되는 것들을 수정해줘야 되는 경우도 있고.

이럴 때 마다 애*끼들 교육을 잘 못 시켜놨구나 싶다. 징징 대면 그 소리 듣기 싫어서 해놓고 하다보니 이 미%놈들이 스스로 해결할 줄 모르게 된 거다. 해결은 고사하고 시작할 줄 모르고 살고 있는 거다.

사실 이런 회사를 미친 듯이 오래 다니고 있는 내가 미$놈인데 누굴 탓하겠냐만.

새로 나온 iPad가 가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물론 데탑이 아닌 아이패드는 내 문제를 절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내가 맥북을 들고 있다고 한들, 윈도우즈 랩탑이라도 개인용 랩탑을 갑자기 개발용 머신으로 만들어놓지 않는 이상 그놈들의 문제도 해결해 줄 수가 없다.

그냥 휴가 가는 거다. 이메일 연락 안되면 휴가 갔으니까 그러려니 하게 만들면 된다. 코로나 때문에 휴가는 꿈도 못 꿔봤는데, 올 해 쓰지 않은 휴가를 나중에 보상받을 수도 없다.

그냥 맘편히 노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