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게 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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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기분이 너무 안 좋길래 이틀 계획으로 잠시 자동차 여행을 했다. 길을 떠나는 처음 몇 시간은 기분이 참 좋았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런 생각이 슬슬 가시고 다시 삶의 문제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삶의 문제들에 대한 생각이 스며들면서 기분은 다시 원상 복구 되었다.

의미없는 차선 바꾸기로 스트레스를 돋구는 차들을 만나니 짜증이 생겼다.

쉬엄 쉬엄 가야했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6시간 걸리는 곳을 휴게소 한 번 들르지 않고 지났다.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고속도로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이 끝없는 도로를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았다 (I-5는 너무 지루하다).

쉬엄쉬엄 가더라도 인생의 여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달리고 있는 길에서 빠져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생각했는지 아니 귀찮다고 생각해서 이 지루하고 지루한 여정을 짜증내며 달리고 있구나 하고.

좀 여행을 하다보니 멋진 풍경과 좋은 환경을 마주하게 되고나선 나처럼 한심한 사람들도 분명히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되니 또 마음이 안정되면서 자신감이 슬슬 생겨났다.

하지만 늘상 재미없게 살아왔단 생각을 떠올리면 나같은 인간 따위에게 그런 행운이 일어날 리가 없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다시 내가 마주한 현실이 왜곡되면서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하는 생각들이 밀려들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내 현실이 어때서? 왜!? 난 즐겁고 행복할 수 없는 건가??’

반사작용이 일어나듯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면 화부터 나고 걱정부터 해야할 것 같고. 무슨 짓을 하든 다 부질 없는 것이고, 난 그렇게 계속해서 우울하고 어둡게 살아야 될 것만 같다. 계속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래야 될 것 같다. 이것도 습관이라면 이젠 그만 질렸으니 아니 진절머리 나니 그만하고 싶다.

이젠 어떻게든 강제로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현실과 상관없이. 이상한 놈이란 말을 듣든 말든.

사람은 누구나 그 속바닥을 들여다보면 타인의 눈에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어차피 내내 걱정하고 답답해 해도 이상한 놈이고 그 반대로 늘 긍정하고 콩 심은 데 팥이 나올거란 희망을 갖고 살아도 이상한 놈이다. 어차피 이상한 놈이 될 거라면 즐겁고 긍정적인 이상한 놈이 속은 덜 상할테니까.

특히 나와 같은 사람들은 늘상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한다. 예측 불가능 한 충동이 생긴다거나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든 억제하니까 변화도 드물뿐더러 그 변화라는 것도 deterministic이라고 해도 될만큼이나 정해진 대로 이루어진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결석이라든가 휴학 한 번 없이, 그리고 장기간 여행을 한다거나 사고를 친 적도 없다. 그냥 내내 달리면서 솟아오르는 충동들은 어떻게든 억압하며 살아오기만 했다.

이젠! 미친놈 소리 들을만한 짓도 하고 살아야 될 것 같다. deterministic한 삶은 너무 지루하다. 아니 너무 우울하다. 판에 박힌대로 살고 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