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

몸무게가 생애 최대치로 다시 회복이 되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대략 10kg 아래까지 내렸었는데, 주가 오르듯 다시 회복된 것이다.

장기간 몸무게와 먹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실험해 본 바로는 꾸준히 불쌍하게 살지 않는 이상 살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재료에 가까운 것을 먹고 그래서 많은 양을 먹지 못하게 된 상태가 충분히 지속이 되야 살이 빠진다. 물론 그렇게 먹은 결과로 해서 몸무게가 계속해서 빠진다는 게 아니라 키를 기준으로 한 표준 몸무게 상태로 간다는 것이다. 표준 몸무게라는 것도 나름 범위가 제법 넓은데, 내 기준으로 봤을 때 표준 구간에서 중간보다 조금 아래의 몸무게에서 계속 유지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어떠한 삶이냐면 단백질의 비중을 높이고 (소금/조미료의 도움 없이는 많이 먹지 못한다), 탄수화물의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에서 유지시키며 사는 것이다. 왜 탄수화물의 비중을 낮추냐면 일단 탄수화물을 먹어버릇 하면 먹고 가공하기 쉽고 편하고 가격도 매우 싼 반면 일단 먹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먹고 싶고 곧바로 허기짐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거의 끊다시피 2주 정도 지나면 먹을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물론 끊게 되기전까지 허기짐과 싸우느라 힘이 몹시든다.

몸이 가장 안좋았던 시절의 사진을 가끔 보곤 하는데, 배만 뽈록 나와있고 다른 곳은 삐쩍 마른 모습이었다. 무조건 맛있으면 최고다는 생각으로 체중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과식과 과음을 즐겼던 시절이다. 지금은 배는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몸이 상대적으로 커져있는 모양새가 되어있는데, 그래도 어쨌든 과체중 상태이니까 살을 빼야지 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만큼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염분/조미료가 제법 들어간 음식을 먹고 빵과 쌀밥을 주기적으로 먹는 상황이라 그러하다.

굶지 말고 살 빼라,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려야 된다. 하는 소리들 하는데, 굶지 (=덜먹지) 않고 살이 빠진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놀라운 기술은 어디에서 전수 받는지 궁금하다. 끼니를 거르지 않더라도 살이 빠질 정도로 덜 먹으면 굶을 때의 비슷한 허기짐을 늘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렇게 허기짐에 익숙해져야 체중계의 숫자가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워낙 쪄있다가 운동 조금 하고 먹는 것 조금 줄였더니 2-3kg 정도 몸무게가 빠져나갔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체중을 낮추기 위해서 먹는 것(열량 섭취)을 줄이면 체지방도 줄지만 근육량도 줄어든다. 그렇게 수개월을 걸쳐서 칼로리 적자를 내야 몸무게가 눈에 보일 정도로 내려간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얼굴이 먼저 빠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살을 빼고 있는지 먼저 알아보게 된다. 대개 얼굴이 빠진 만큼 다른 곳에서도 체지방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얼굴의 체지방이 빠진 것이 훨씬 더 빨리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복부 지방도 매우 빨리 빠져서 칼로리 적자가 적어도 1달만 지속되어도 확실히 배가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칼로리에 적자를 내는 동안에 힘들게 운동을 해도 펌핑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것도 훨씬 드물어지고 중량을 많이 들만큼 힘이 넘쳐나지도 않는다. 펌핑감이 운동할 때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근육량이 많이 줄어들은 듯한 느낌이 확연하다. 근육량이 실제로 많아서 빵빵한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니라 물을 포함한 액체성분들이 들어와있어서 빵빵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살이 빠지는 동안에는 물을 열심히 마셔도 빵빵한 느낌이 전혀 없다.

살이 본격적으로 빠지는 시점엔 몸이 허기짐에 익숙해져있다. 하루 종일 별로 먹지 않아도 허기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다 먹어도 많이 막지 않는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포만감이 생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늘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몸은 가벼워지고 피로도도 낮아지고 잠도 개운하게 잘 자게 되고 좋은 점이 많이 생긴다. 문제는 얼굴이 날이 갈 수록 더 노안이 된다는 것. 운동을 해도 뭔가 좋아지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중량도 못 늘리는 데 힘은 더 없어지고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