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 쿡탑
on
주방기구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으로써 우리집은 대충 10여년 전부터 인턱션 쿡탑을 써왔다고 생각했다. 그때 맞춰서 요리 기구도 인덕션 용으로 대거 개편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 그것은 하이라이트 라고 하는 강화유리 뒤에 열선을 놓은 버너였다. 전원을 넣으면 잠시 후에 빨간 불이 올라오는 그런 버너인데, 버너 그 자체가 데워져서 그 위에 요리 기구에 열을 전달하게 되어있는 것이라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원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잔열이 오래 남고 화력이 어느 수준 이상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의 인덕션 버너는 전원을 인가하더라도 버너 자체는 달궈지지 않고 오직 버너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받는 요리기구의 특정 면이 뜨거워지면서 가열이 된다. 실제로 용기가 자기장이 작용하는 영역에 놓여져서 열을 발생하게 되지 않는 이상엔 전원의 손실이 없고 전력 효율도 대단히 좋아서 요리가 빨리 될 뿐 아니라 화력도 인덕션 버너의 출력에 따라 증가시킬 수도 있고 타이머라든가 일정 온도로 유지시키는 등의 기능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덕션 버너의 좋은 점은 조리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충 물을 끓이는데 2분 정도면 된다. 이를테면 라면을 끓인다고 보면 대충 5분만에 모든 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5분이면 물이 끓으려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시점이라고 보면 된다. 전원 공급을 중단하면 곧바로 열발생이 멈춰지고 달궈지는 부분은 오직 요리 기구 뿐이라 매우 효율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이라이트의 경우에는 버너 자체가 달궈지기 때문에 강화유리에 뭐라도 달라붙어있으면 그게 눌러붙어서 청소하기 힘든 반면, 인덕션의 경우는 그런 것이 전혀없다는 것이다. 단지 달궈진 요리기구와 접하는 부분이 뜨거워진다는 것인데 만약 그 사이에 이물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뜨거운 요리 기구쪽으로 달라붙게 된다.
단점은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소음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기장의 방향을 변화시킬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유도 가열이란 것은 자기장의 변화에 대하여 금속 물질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열을 이용한 것인다, 쉽게 말해서 변압기가 전압을 바꾸는 과정에서 효율이 100%가 되지 못하고 일부의 에너지가 열과 소리로 바뀌는 것을 역이용했다고 보면 된다.
전자기유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유리라든가 사기 그릇 등등은 사용할 수 없다. 올려놔봐야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석에 달라붙는 용기면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자력에 저항하면서 열을 발생시키지 못하면 전력을 그만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하이라이트의 경우는 버너 자체가 달궈지고 그 열이 요리 기구에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요리 기구에 열이 잘 전달되든 않든 전력은 계속 소모하게 되는 반면, 인덕션의 경우는 버너가 달궈지는 것도 아니고 버너가 일으키는 자기장의 빠른 변화에 요리 기구의 밑바닥이 저항을 일으키는 만큼 열도 생기고 전력도 소모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자기장 변화에 덜 저항하고 그래서 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용기의 경우는 그만큼 전력도 덜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부지런하지 않은 관계로 10여년을 속아살다가 마침내 진짜 인덕션 버너를 접하고 나니 하이라이트 버너를 전혀 쓰게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인덕션으로 요리하면 화력이 좋기 때문에 매우 빨리 요리를 끝낼 수 있고, 일부러 살짝 태우거나 불맛을 내는 일도 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하이라이트와 인덕션 버너가 섞여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대개 인덕션 사용자들은 하이브리드보다 올 인덕션 버너인 것을 구입하라고 한다. 괜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정에 잘 맞는다. 덤으로 전기료가 덜 나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가스비용에 비하면 대략 3배 정도의 비용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