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력 문제

과거에 얽메이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나쁜 기억력’ 때문이다. 내 경우를 들면 주로 나쁜 것, 그것이 심하게 나쁠 수록 더 빨리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단 것이다.

더 웃긴 것은 첫 인상이 더 기억에 남고 ‘에이 이거 실제로 해보니 별 거 아니네..’하는 기억은 금방 잊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히 감동적인 첫 인상과 달리 실제는 엉망이었던 것을 한참 지난 뒤에 떠올리면 감동적이었던 것만 떠오른단 것이다. 실제로 감동적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왜 자꾸 잊는지.

그 덕에 나도 모르게 별 대수로울 것 없는, 때론 매우 괴로웠던 과거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현실로 기억하는 것이다. 분명히 한번 만 더 생각해봐도 그때가 그다지 지금보다 좋지 못하단 것을 알 수 있어도 그렇게 습관적으로 과거가 좋았지 (그래 지금보단 훨씬 젊었으니까 그것은 제외하고) 하는 생각을 한다.

종종 누군가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내가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는가?’ 깨닫곤 놀란다. 지금이 그때에 비하면 훨씬 행복하고 즐거워야 되는데 (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난 과거를 무조건 좋게 바라보는 것도 습관이고 지금이 그다지 행복할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내가 ‘그땐 참 좋았는데..’하는 그 시절과 비교하면 난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많이 가진 게 행복의 원천이라고 본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이 은행 계좌에 쌓이고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것 =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관리해야 할 귀찮은 것들은 훨씬 더 줄어있고 (귀찮은 것이 없는 것 = 행복이라면), …

그래도 과거가 좋다고 생각하면 이 바보 같은 머리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낸다.

‘그땐 …했으니까..’ ‘그땐 …가 있었으니까..’

그래 불행해지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한다. 스스로 과거보다 덜 행복해지겠다는데 누가 말리냐 그걸.

이것은 남과 나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의 좋은 점은 어떻게든 모른 척하고 남이 가진 좋은 점만을 찾아내서 나를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의 괴로웠던 현실은 모두 모른 체하고 오직 현실이 과거와 같지 못함을 찾아내어 불행하다고 외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러니까 불행해지겠다는 의지가 너무 뚜렷해서 그 어떤 객관적 사실을 들이밀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 같이 나라 망한다 (아니 망해야 한다, 아니 망했으면 좋겠다) 떠들어 대고 있는 그 기레기들도 그렇게 스스로 길들여진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나라가 망하는데 자신의 인생이라고 행복해질리가 있을까? (너희들이 도망가고 싶은 나라들은 다 지금 코로나 잔치중이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 없이 같은 실수를 하고 같은 잘못된 판단을 한다. 그래도 대세는 +다.

늘 건설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유를 달아서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만하고 있고. 정 안되겠다 싶을 때만 아주 수동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인다. 그러니까 어리석은 중생이고 그러니까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지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