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나 그리던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서 일어나던 시절..

살아가다 보면 어떤 것은 그토록 원하고 갖기 위해 노력해도 영엉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한꺼번에 얻어지는 것도 있다 싶다. 한꺼번이라기 보단 그냥 줄줄이 얻어졌다고 해야할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말이다.

정말 이럴 땐 그 기쁨을 뭐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 막상 실감을 하면서도 계속 꿈인가 생시인가 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말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시절. 이게 과연 꿈인가 생시인가 하던 시절. 이게 고작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일어나던 시절.

‘어찌 (찌질한) 나에게도 이런 일이..?’

물론 그 이후 이것이 정반대가 되어 내게 일어나던 때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안좋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던 시절. 잘 되는 게 하나도 없던, 매일 같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던 시절.

‘어떻게 세상이 나에게 이럴 수가 있지?’

이후 그렇게 지옥같은 후유증은 몇 해 동안 지속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 트라우마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내 주변에서 아무도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던 사람이 없었단 것이다.

‘원래 그런거야…좀 아프다…’

아픈 것 까진 좋은데 ‘내일 또 좋은 일이 일어날거야…‘하며 살아가는 것과 ‘앞으로 나에겐 절대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 스스로 나도 모르게 매일 같이 주문을 걸며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내가 운이 좋아서 나에게 좋은 일이 한동안 끊임없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운이 없어서 그렇게 안좋은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럴 법 했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고 내가 세상 일의 흐름이란 것을 전혀 모르던 시절에 일어났던 것이라 다음에 무슨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날지 감조차 잡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연거풔 충격을 먹었을 뿐인 것이다.

그렇다. 좋은 일이 생각지도 않게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내게 다가왔을 때 일어나고, 안 좋은 일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것은 그 사람이 내게서 떠나갈 때 일어난다.

인생의 기복이라는 것도 다 사람이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생기는 일이다. 그냥 나 혼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나 혼자 마련하며 살아가는 동안엔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한꺼번에 가져다 주었던 만큼, 그 사람이 떠나가면서 내게 당연했던 즐거움과 행복도 한꺼번에 날아가게 된다.

내가 그 일을 처음 겪었을 때, 그 누군가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을 사정없이 배회했던 기억이난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느끼던 쓴 맛을 생각하면.

생각해보면 그것들을 모두 극복해냈던 때가 새로운 누군가가 내 인생에 들어왔을 때다. 마찬가지로 즐거운 일이 사정 없이 연거풔 일어나던 시절. 누가 나에게 이런 쉬운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은 그 사람으로 인한 새로운 상처가 생길 거란 걸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사람은 끊임없이 새 사람으로 과거의 상처를 달래고 새롭게 생긴 상처로 괴로워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무도 내 인생에 들이지 않고 상처없이 살아가는, 그저 행복해 보이는 타자의 삶을 부러워하는 그런 삶도, 또 크게 한 번 아프고 나선 다신 새로운 사람을 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나를 보호하는 방법도 있겠지.